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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이 가져온 기적 '[동화] 조금만, 조금만 더 - 존 레이놀즈 가디너'를 읽고


측은지심이 가져온 기적 '[동화] 조금만, 조금만 더 - 존 레이놀즈 가디너'를 읽고

열 살짜리 소년 윌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감자농장을 일구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번개라는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소년과 나이가 비슷한 나이 많은 암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할아버지는 병이 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이 다녀가시며 마음의 병이 깊어 몸이 약해지신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말씀을 못하시니 할아버지가 무슨 원인으로 병이 나신 것인지 알수 없었다.

윌리는 할아버지 대신 번개와 함께 감자를 수확하고 병간호도 하면서 걱정스런 날들을 보냈다.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는데 밀린 세금을 내라고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면 농장을 가져간다고 하였다. 그동안 밀린 세금이 자그마치 500달러, 할아버지나 윌리에겐 너무나 큰 돈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고민하시다가 큰 병이 나신거였다. 윌리는 어떻게 해야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얼마 뒤 개썰매 대회가 열리고 상금이 500달러라는 포스터를 보았다. 그 돈이면 농장을 빼앗기지 않을것이고 할아버지도 병석에서 일어나실 수 있다. 윌리는 번개와 경기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 대회에는 거의 모든 개썰매 대회를 휩쓰는 '얼음거인'이라는 인디언이 출전하는데 그가 출전하는 이유도 상금때문이다. 얼음거인은  부당하게 강제이주된 인디언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위해 상금으로 땅를 사모으고 있었다.

드디어 대회날! 다른 참가자들은 여러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참가했지만 윌리는 번개와 둘이서 참가했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윌리와 번개는 낯익은 경주 구간을 힘껏 달렸다. 그들은 그동안 연습한대로 달려 선두로 달리고 있었는데 결승점 3미터를 앞두고 전력질주하던 번개가 털썩 넘어지며 그만 죽고말았다.

바로 뒤 따라오던 얼음거인이 번개의 죽음을 확인한 후 허공에 총을 쏘며 말했다."누구든 이 선을 넘으면 쏴 버린다."
얼음거인의 배려로 윌리는 죽은 번개를 안고 결승선을 넘었다. 



어릴 적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만화영화 중에 '플란다스의 개'라는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이 책도 비슷한 감동을 주었다. 할아버지와 소년 그리고 개 한 마리.



주인공의 환경이나 성격이 비슷하고 이야기의 구도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결말이 '플란다스의 개'보다는 덜 비극적이었지만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건 경주에서 심장이 터지도록 최선을 다해 뛰었던 번개의 최후는 너무나 안쓰러웠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행복했던 할아버지와 윌리, 그리고 번개. 밀린 세금 때문에 쫓겨나야 될 처지에 놓인 할아버지는 어린 윌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병석에 누우셨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번개와의 행복을 위해 어린 나이에 무모하기까지 한 도전을 해야했던 어린 소년 윌리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 이리도 애달픈지 모르겠다.

윌리가 자신을 돌봐주시다 몸져 누우신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측은지심'이다. '측은지심'이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마음'을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 마음을 사람이 아닌 개도 가지고 있다. 나이 많은 암캐 번개가 윌리와 함께 개 썰매 경주에 나가 자신의 심장이 터지도록 최선을 다해 뛴 것은 할아버지와 윌리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다. 정확히 그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인 것인지 번개가 자세히는 알 수 없었겠지만 윌리가 결정한 일에 최선을 다해주는 것이 할아버지와 윌리를 위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번개는 심장이 터지기 전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결승점이 보이자  번개는 꼭! 1등을 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에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쳐 쓰러지고 만다.

그때 얼음거인이 다른 참가자들을 막아준다. 예기치 못했던 그 얼음거인의 행동도 '측은지심'에서 나온 것이다. 윌리가 볼품없는 개 한마리를 데리고 대회에 출전한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개의 죽음의 의미도 알기 때문에 그는 윌리에게 우승을 양보했다.

할아버지와 농장을 잃지 않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 윌리와 번개의 마음을 고향을 빼앗긴 얼음거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에겐 '동병상련'의 마음이 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윌리가 할아버지에게 가졌던 그리고 번개가 윌리와 할아버지에게 가졌던, 그리고 얼음거인이 이들 모두에게 가졌던 마음이 '측은지심'이다.

서로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전해지고 전해져 기적을 만들었다. 그 자리에 번개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