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과유불급의 현장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과유불급의 현장

 

 

은행에 볼일을 보러 갔는데 은행앞 인도에 차가 한대 떡 하니 주차되어 있어서 출입이 불편했다. '누가 이렇게 차를 이렇게 인격없이 세우셨나. 참!'라고생각하며 들어가 현금인출기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70정도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 차 누구야?"라고 대뜸 외치신다.

 

그 소리에 놀라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의아해 있는데 은행 직원이 가까이 다가와 왜 그러시냐고 여쭈었다. "어떤 인간이 몰상식하게 차를 세워서 유모차도 못 지나가고 나도 지나가기가 힘들게 해놨어." 그때 60정도 되신 남자분이 할아버지께 다가가 머리를 살짝 숙이며 "죄송해요. 요것만 하고 금방 뺄께요."

 

당사자를 만나자 할아버지는 더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셨고 그 남자분은 듣다듣다 그만하시라고 했다.

"그래서 니가 잘했다는거야?!!!"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죄송하다면 다야?!!!"


"그럼 뭐 어쩌라구요?!!!"

"당장 빼!!!"


남자분은 화가 나서 문을 나가며 한 마디 했다.

"나이먹는게 벼슬이야!!!"

 

 

그 소리를 못들은 할아버지는 한동안 은행 안 가운데에 서서  그 남자의 불법주차의 행태를 규탄하며 역정을 내셨다. 나는 은행을 나오며 할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저러실 필요까지 있으실까, 너무 심하셨다, 꼬장꼬장 하시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걸어가며 생각하니 불법주차로 행인의 통행을 막고 은행의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해 은행의 영업을 방해했으니 지탄받을 사람은  그 남자분이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그 남자분의 말대로 금방 차를 이동했을지 아니면 더 장시간 차가 방치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말 아주 많은 사람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야하는 사람들은 차도로 내려가야 하고, 은행을 들어올때 휠체어에서 내리거나 유모차를 밖에 두고 들어와야만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발빠른 문제제기로 불법주차 차량은 빨리 치워졌고  그 덕에 불편하게 은행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편하고 안전하게 나갈수 있었고, 이후에 은행에 오거나 지나가는 행인은 더이상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더 상상해본다면 만약 지나가던 경찰차에 걸려 범칙금 부과가 될뻔한걸 면하게 해준거라면 오히려 그 남자분은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할아버지의 행동이 그다지 과하지는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불법주차된 차량을 보고도 불편을 감수한채 한마디도 못하고 속으로만 불평의 말을 되뇌이던 내가 한심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은행안의 분위기는  할아버지의 호통을 동반한 다그침에 얼굴을 찌뿌리며 모두 못 본체 했다. 조용했던 은행안을 술렁이게한 할아버지의 외침부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방적인 외침에 할아버지의 정당한 요구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더구나 처음에 상대가 정중히 사과를 했음에도 할아버지는 더 역정을 내셨다. 차가 치워지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할아버지의 외침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저 할아버지의 말은 감정적인 분풀이 정도나 노인네의 지나친 잔소리로 들리게 되었다. 사실 할아버지는 한말 또하고 한말 또하고 반복을 하시긴 했다.

할아버지가 한번만 말씀하시고 그 남자분의 사과를 받아주셨다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이 상황은 종료 되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함소리도 없었을 것이고 쿠~울한 할아버지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했을 것 같다. 간혹 나이 많은 어르신들중 나이 어린 사람들이 잘 못알아들을까봐 재차 강조하고 확인하고 의사를 전달하시려 하는 분이 있다.

하긴 지금 우리 아이들도 나보고 했던 잔소리 그만하라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