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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수 없는 부녀갈등 - 누구편을 들어야 하나?

 

물러설 수 없는 부녀갈등 - 누구편을 들어야 하나?

아주 오랜만에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먼 친척의 딸이 4월에 결혼한단다. 하긴 이미 30대초반이니 이른 나이도 아니다. 큰딸은 그래도 20대중반에 가서 잘 살고 있는데 둘째딸이 신랑감이 없다고 걱정하시더니 드디어 보내시나보다. 그런데 아버지와 딸이 작은 의견차로 약간 냉전이란다.

그 친척분은 오래전에 이혼하시고 딸 둘을 키우며 혼자 계시다가 몇년 전에 마음 맞는 분이 계셔서 재혼을 하시고 오붓한 가정을 이루었다. 상대쪽도 자녀들이 다 출가하였고 이번에 이분도 둘째딸이 결혼하면 두 분이서 오붓하게 사실일만 남았다. 전처와의 이혼은 자세히는 모르나 좋지 않은 감정으로 헤어졌고 얼마쯤 지나 전처는 먼저 재혼을 하였다고 한다.(바람핀것은 아님)

큰 딸 결혼때는 생모를 부르지 않고 고모 되시는 분이 엄마 자리에 앉아주셨다고 하는데 이번 둘째딸 결혼식에는 딸이 생모를 부르고 싶다고 한단다. 아버지 되시는 분은 그건 안된다고 그러면 당신이 불참한다 하시며 고집을 부리고 딸도 꼭 엄마를 자리에 앉히고 싶다고 고집을 피운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주 오래 전 이혼한 전처와 한 자리에 서서 하객들을 맞기가 거북스럽고 아직 헤어질 당시의 감정적인 앙금이 남아 있는것 같아 도저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데 딸은 생모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그게 생모의 마음인지 딸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아버지와 이혼했다 하더라도 생모를 결혼식 자리에 앉히고 싶은 딸의 심정도 한편 이해가 된다. 아버지와 살았지만 엄마와는 꾸준히 왕래를 했었기 때문에 엄마와의 감정이 나쁜것이 아니기 때문에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 이해는 하지만 자신도 한번뿐인 결혼이라 엄마자리 문제를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보다.

내가 딸의 입장이라도 엄마를 모시고 싶은 마음이 들것같다. 하지만 내가 엄마라면 나는 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신부가 시댁쪽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대놓고 말하진 않겠지만 신부측 친척들이나 지인들의 말을 통해 생모니 아니니 금방 입소문이 날것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애기들이 귀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전남편의 가족이나 친척들을 만나야한는데 그것도 문제다. 아무 일 없던것 마냥 인사를 나눌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쌩~한 분위기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적지 아닌 적지에 앉아있는건데 얼마나 불편한 모습이 연출될지 안봐도 뻔하다.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이 결혼식은 아버지에게보다는 딸에게 더 중요하다. 정말 딸이 진정으로 생모를 자리에 앉히고 싶다면 결국 아버지가 양보를 해야하는게 맞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주변 어른들 말씀은 또 다르다. 딸의 결혼이라 하더라도 아버지의 지인이나 친척들이 더 많이 오니 아버지의 자연스러운 손님맞이를 위해서는 딸이 양보해야하는게 맞다고 하신다.

아버지를 생각하니 딸이 울겠고, 딸을 생각하니 아버지가 울겠고... 이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