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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뜻 깊은 말을 하는 지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은 언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총명하고 기발한 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똑똑하고 지혜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말을 잘 못하지만 일에는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지혜있는 사람은 말을 잘 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지혜와 언변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언변의 진정한 기초는 지혜임을 여러 고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예사로운 말이지만 거기에 심오한 뜻이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인 것이다. 그런 지혜를 잘 활용하면 대화하는 가운데서도 위기를 벗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희

송나라 사람 요덕명은 주희의 제자이다. 그가 젊었을 때 한번은 꿈에, 황상을 배알하러 궁문 앞을 가서 문지기한테 명첩을 내주다가 보니 명첩에 쓰인 명함이 '선교랑 요덕명'인 바람에 소스라서 깨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덕명은 후에 과거에 급제하여 정말 선교량이 되어 복건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요덕명은 전에 그 꿈을 생각하고 자기 관직이 선교량에 머물러 버릴까 봐 임지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친구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권고하는 바람에 작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선생 주희를 찾아갔다.

 

주희는 그 말을 다 듣고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그만하면 알 만하다."

하고 탁상 위에 있는 문방구들을 가리켰다.  

 

"사람은 저 물건들과 다르다. 예를 들어 붓은 붓대로 있지 벼루로는 변하지 못하고, 저 검은 검대로 있지 거문고로는 변하지는 못하지 않느냐. 물건은 아무리 오래 되어도 한번 정해진 용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지. 아침에는 도적이었어도 저녁에 마음을 고쳐먹고 요순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길융화복은 그가 처한 시기, 경우 그리고 기회에 따라서 변할 수가 있다. 언제나 고정 불변인 법은 없단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네가 칙명대로 복건 임지로 가서 백성들을 위해 진력하여 복건을 잘 다스리기를 바란다. 믿지 못할 꿈을 가지고 그럴 필요가 있느냐."

요덕명은 선생 주희의 말을 듣고 임지로 내려갔다. 후에 요덕명은 정랑의 벼슬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주희와 요덕명의 얘기는 요즘 세태와는 맞지 않는다. 또한 요덕명의 꿈도 현재에는 적절한 사례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주희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즉 삶에 대한 지혜를 말하고 있다. 또한 스승 주희의 말에서 가르침을 얻은 요덕명도 현명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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