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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키우는 재미는 역시 딸이 좋아!

 

키우는 재미는 역시 딸이 좋아!

시어머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려고 고깃집에 갔다. 옆 테이블에 4-5살 되어보이는 여자애가 엄마, 아빠랑 고기를 먹고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발이 닿지 않은 의자에 앉아서 발을 살살 흔들며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고기를 맛있게 받아 먹는다. 앙증맞게 묶은 곱슬머리가 아주귀엽다. 엄마,아빠가 둘이서만 얘기를 나누자 불쑥 아이가 말을 던진다.

"아빠, 어제 꿈에 아빠가 내 머리를 때렸어."

"어! 아빠가 그랬어. 미안해."

"괜찮어, 뭐 꿈속에서 그런거니까. 안미안해도 돼."

엄마와 아빠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한바탕 웃어넘겼다.

우리 어머님은 "아유, 쪼만한게 말두 잘하네."하시며 나를 보고 웃으셨다.

요새 애들은 특히, 여자애들은 정말 말이 빠르다. 우연히 듣게 되는 딸아이와 엄마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기가막힐 때가 많다. 보통 언어는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빠른게 일반적이지만 매스컴의 영향인지 요새는 그 차이가 더 커보인다. 


얼마전 마을버스에서 만삭의 임산부와 4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스가 멈추자 아이 엄마는 꼬마를 먼저 내리게 했는데 다리가 짧아(?)서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가야만 했다. 그런데 아주 씩씩하게 차근차근 잘 내려간다.  그때

"잠깐만요. 아직 안내렸어요.    잠깐만요. 아직 안내렸어요.    잠깐만요. 아직 안내렸어요." 

꼬마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큰소리를 외치며 계단을 하나씩 내려간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 꼬마에게로 눈이 쏠렸고 아주머니들은

"하이고야~ 우째스까."

"세상에~ 무슨 꼬마가 저리 말을 잘해."

"누구한테 배웠을꼬"

"요새 애기들은 뱃속에서 다 배워갖고 나온대요."

라고 한마디씩들 하신다. 만삭의 임산부가 배 때문에 계단이 잘 보이지 않자 옆 걸음으로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는 동안 먼저 내렸던꼬마가 자기 엄마가 다 내릴때까지 계속 같은 말을 외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엄마의 안전을 위해 운전사 아저씨께 보내는 메세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임산부가 다 내리자 아이의 외침은 끝이났고 버스 안의 사람들은 창 밖으로 꼬마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는 지인중에 아들 둘을 두고 늦둥이로 딸아이를 둔 엄마가 있는데 처음엔 언제 낳아 어찌 키우나 했는데 5-6살쯤되니 제법 고난도(?)의 대화가 되더란다. 남자애들 키울때와는 아주 다르다며 키우는 맛이 있다고 했었다. 특히, 같은 여자로서 같은 관심사 즉 화장이나 옷, 악세사리등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때면 딸 낳기를 잘했구나 생각한단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을때도 아들 녀석들은 무표정히 왔다가 말한마디 없이 꾸벅 인사하고 가는데 딸은 침대 곁에 딱 붙어서 정말 안쓰러운 표정으로 머리도 만져주고 손도 잡아주고 조잘조잘 위로의 말도 건네주고 했단다. 선물을 사주면 온갖 애교를 부리며 감사의 뽀뽀를 퍼부어대니 안이쁠 수가 없을것이다.

 

이젠 대학생인 우리 딸래미, 심각하게 과묵한 아들녀석에 비해 유난히 말이 많은 참새아가씨, 우린 하루 한번씩 꼭!  싸우고 한번 화해하는 모녀지간이지만 이런게 딸 키우는 맛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