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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나한테도 된장녀 냄새가 난다, 명품 가방과 브랜드 신발

 

나한테도 된장녀 냄새가 난다, 명품 가방과 브랜드 신발

얼마 전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었다. 서서 가다가 자리가 생겼길래 얼른 내가 먼저 가서 앉았다. 그리고 잠시후 맞은편에 자리가 나서 남편이 앉았다. 신문을 보고 있는 남편을 보다가 시선이 신발로 갔는데, 얼마전 인터넷에서 산 연두색 형광끈이 있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앉은 아저씨는 나** 운동화를 신었고 그 옆은 누*** 운동화를 신었다. 앞 좌석의 6명의 신발을 보니 나**가 2명  누***가 4명 이었다. 다른 자리도 보니 아주 나이 많은 할아버지 정도의 남자들을 빼면 모두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갑자기 남편 운동화의 연두색 형광끈이 눈이 확 띄었고 왠지 디자인도 초라해보였다. 당장 집에 가면 브랜드 운동화를 하나 사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다른 사람들 눈에 초라해 보일까 걱정도 됐다. 그리고 약간 창피함도 있었다.

 

그리고 어제, 딸 아이와 지하철을 타고 나란히 앉아서 가는데, 딸 아이 옆자리에 앉았던 아줌마가 일어나고 아가씨가 앉았는데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울 딸래미가 사달라고 했던 M** 가방이었다. 우린 동시에 그 가방을 쳐다보고 딸은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저거야, 알지?'라고 눈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인터넷으로 봤던 그 가방과 똑같다. 그런데 그 옆에 앉은 여자가 든 가방은 구* 가방이었다. 난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딸아이가 상표를 말하며 나에게 보라고 했다. 백만원이 넘는 가방이라고 했다. 두 가방을 번갈아며 보다가 딸아이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와 명동에 갔다가 색깔이 마음에 들어 사왔다는 3만 2천원짜리 인디언 핑크색 가방이다. 갑자기 우리 모녀가 초라한 기분이 들면서 우리가 먼저 내리든지 저들이 먼저 내리든지 해야만 할것 같았다.

 

남편의 운동화와 딸래미의 가방 문제는 현재 나만 속앓이를 하고있다. 남편은 당연히 눈치가 없는 사람이니 내 속을 모를 것이고 딸래미는 솔직히 이제 기회는 이때다 하고 가방을 사달라고 한번쯤은 졸랐을 법도 한데 그냥 지나갔다. 만약 사달라고 했다면 그때 당시 기분으로는 사줬을지도 모른다.

딸래미는 가방 사서 월,수,금, 또는 화,목,토 이렇게 나랑 번갈아 사용하자며 꼬시지만 그렇게라도 사고 싶을만큼 그 가방이 갖고 싶지도 않고 제일 큰 이유는 너무 비싸다. 아니 지나치게 비싸다. 가방이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 대비 치러야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다.(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

보통 남자는 자동차에 대해 강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은 명품 가방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고 말들 하지만 이제까지 나는 자동차나 가방등은 소비적인 물품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능에 맞게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 그런데 왜? why?  이제와서 이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과시욕'의 일종인데 말이다.

내 남편이나 내 딸이 혹여 남들로부터 '명품가방 하나없는 여자, 길거리표 신발 신은 남자'로 우스워 보이는 것은 곧, 내가 무시당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대놓고 뭐라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자격지심 때문에 나홀로 속앓이를 하는 것이다.

딸래미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품가방은 비싸니 작은 손지갑 하나만 사달라고 작년부터 노래를 했는데 이참에 가방을 콱~ 사부러.

(절대!! 이글은 딸이 보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