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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전통시장] 서민들의 애환섞인 삶이 숨쉬는 태릉시장

 

[전통시장] 서민들의 애환섞인 삶이 숨쉬는 태릉시장

 

깔끔한 앞치마에 머리수건을 두르고 손님을 맞는 곳도 아니고, 유니폼을 차려입고 정중한 인사로 손님을 맞는 가게 주인도 아니고, 럭셔리한 진열대를 놓고 물건을 파는 가게도 아니고, 비가오면 비를 맞으며 물건을 사야하는 곳이지만 시장에 가면 여유롭지 못했던 우리네 어머니나 아버지의 모습을 하신 분들을 볼수 있다. 요새는 전통시장도 리모델링을 해서 말끔한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이다.

 

태릉시장도 아직 개선이 덜 된 시장이라서 일반 소비자가 보기엔 부족한 환경의 시장이지만 거기엔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고 느낄 수 없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과 정이 있다. 태릉시장이 시작되는 첫 집부터 끝까지 가게의 규모는 채 1평이 될까말까하다. 그 좁은 공간에 어느 집은 물건이 많고 어느 집은 물건이 아주 적다.

 

대부분 아주머니들이 장사를 하고 계시는데 그 얼굴에서 그간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가 조금은 보이는 듯 하다. 연세가 조금 많아 보이는 베테랑급 할머니도 계시고, 그 할머니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아주머니도 계시고,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보이는 아주머니도 계시고 또 아저씨들도 계셨다.

 

아직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이유로 장사를 하시는 분도 계실것이고 직접적인 생계가 이닌 이유로 장사를 하시는 분도 계실것이다. 그 좁디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공부를 시키고, 결혼을 시키고, 이제 자신들의 남은 여생을 이어가고 계신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분들이다.

 

30여년 전 개천을 옆에 두고 냄새나는 노점에서 비바람을 맞고 햇빛에 얼굴을 그을리며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장사를 하셨을 아주머니들. 해가 지고 불빛 하나 없는 어두워진 개천길을 빈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무거워진 발걸음에 천근만근하는 몸을 이끌고 집으로 걸어갔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치 한편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걸으며 어서 이 고생이 끝나길 기도하고 내일은 더 나아지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으리라.  태릉시장 옆 개천을 따라 시장이 있고 그 옆에는 그분들이 발뻗고 휴식을 취할수 있는 집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모양새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긴 그때는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았으니까.

 

먹거리 시장에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순대국집에는 혼자서 소주 한잔에 순대국을 먹는 아저씨가 있었고 아직 한낮인데 얼큰하게 취한체 소주를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당에서 담배를 피는 그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는데 주문을 벌써 해놓은지라 나갈 수가 없었다. 술취한 그들이 나가고 나서 주인 아저씨가 하는 말이  "오늘은 조용히 먹다 가네"

 

원래 늦은 밤 일을 끝내고 지나다가 가끔 들려서 술을 먹는데 주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뭐라고 한마디하면 시비조로 덤벼들어서 가만 둔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 우리 동네에도 그런 아저씨가 계셨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불만을 쏟아내거나 이웃들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벌여서 아줌마가 곤혹스러워 했었다. 뭐가 그리 속상하고 억울하신지 가족이나 이웃에게 화풀이를 해대셨다.

하긴 지금이나 그때나 서민들은 항상 힘들고 억울하고 치사하고 아니꼽지만 한쪽 눈 질끈 감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오니 아직 낮이라 휑한 먹거리 시장길 저만치 앞에 중년의 부부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어깨를 웅크리고 걸어간다. 

 

 

환한 불이 켜지는 저녁쯤이면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이곳 시장에 들러 자신을 위로하는 소주 한 잔을 하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겠지...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