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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야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50전후로 보이는 신사분이 오셨고 조금 후에 미니 스커트를 입은 예쁘장한 아가씨가 열심히 휴대폰을 주시하며 정류장 쪽으로 걸어왔다. 잠시 후 신사분이 아가씨를 아는 체 한다.

 

"퇴근해?"

"아! 안녕하세요. 네."

"어디 가는데?"

"집이요."

 

같은 직장 동료로 보이는 그들은 가끔 말을 주고 받았고 드디어 내가 타려던 버스가 왔다. 나는 얼른 타서 버스 기사 바로 뒤에 앉았다. 신사분이 내 뒤를 따라 올라타더니 마지막 계단에서 뒤를 돌아보며 아가씨에게 안타냐고 묻는다.

"저는 다른 버스 타려교요. 먼저 가세요."

"이게 더 빨라 차비 내 줄테니 얼른 타."

"괜찮아요."

 

아가씨 얼굴을 보니 안 탈 얼굴이다. 딱! 보면 모르겠는가. 난 속으로 '그만 하세요. 저 아가씨 안탑니다.' 라고 말했다. 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기사아저씨가

"어디 가는데요?"

"영등포 간대요."

"그럼 이게 더빠른데"

"그쵸! 문 좀 열어주세요. 한번 더 불러보게"

나는 또 속으로 '글쎄 그 아가씨 안탄다니까요.'


문이 열리고 더 큰 소리로

"이게 더 빨라 얼른 타"


"아녜요. 다른 버스 금방 와요. 먼저 가세요."

할 수 없이 다시 문이 닫히고 기사 아저씨와 신사분은 아가씨가 바보같다는 둥 어쩠다는 둥 말을 나눈다.

 

나는 또 속으로

'아저씨 때문에 안타잖아요! 아저씨가 어려워서 안탈려는거 안보여요? 나라도  영등포까지 1시간 씩이나 벌서듯 어렵게 뭐하러 같이 타고 가요? 안그래요?' 말했다.

척하면 눈치가 있으셔야지 좁은 버스에 짧은 치마 입고 둘이 앉아서 물어보는거에 대답만 하면서 1시간을 보내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젊었을때 자신들도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1차만 끝나면 알아서 빠져주길 바랬으면서 이렇게 눈치들이 없으신지....

 

상사로서 차비도 내주고 빨리 목적지에 가게 해주려고 하는 순수한 마음은 이해된다.

그래도 아가씨 입장도 배려하는 눈치가 아쉬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