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난 인정머리 없는 아줌마인가, 트라우마로 남은 그 사건

 

난 인정머리 없는 아줌마인가, 트라우마로 남은 그 사건

 

지하철 안에서 아주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다용도 접착제를 판매하신다.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고 사람은 많고, 사람들 소리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묻힐 만큼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사러가기도 애매한 거리, 할아버지의 물건을 사려면 앉은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데 쉽게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할아버지는 지금 계신 칸이 마지막도 아닌데 더 이상 가지 못하겠다고 포기하시는 듯 문 가까이로 가서 내릴 준비를 하고 서 계신다.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내리셨고 나는 못내 사주지 못한 마음이 남아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예전보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예전보다 눈에 덜 띈다. 지하철 내부에 잡상인을 보면 문자로 타고 있는 칸의 호수를 전송하면 바로 신고가 된다는 안내문이 적혀있어 그런가보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파는 물건도 잘 사는 편이 아니지만 구걸하는 사람에게도  돈을 주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작위적인 행동이나 차림으로 거짓구걸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내려 버린다. 그 사건 이후로....

버스를 타고 자리를 둘러보니 2인용 자리 중 창가쪽 자리가 비어서 죄송합니다하며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몇 정거장쯤 지나 장애인인듯한 행동을 보이는 남자가 탔다.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하며 무임승차를 했고 나는 그냥 느낌에 장애인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저는 그 남자에게 누군가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는 앉지 않았고 손에 들고 있던 안내장을 사람들 무릎에 한장씩 놓기 시작했다. 안내장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삐뚤빼뚤 써 있었다.

다시 기사 아저씨 쪽으로 걸어간 그는 장애로 먹고 살기 힘들어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 왔는데 여전히 살기는 힘들다. 정직하게 살아보려 하니 도와달라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에 더 기분이 안좋았다. 그는 한사람씩 다시 인사를 하며 안내장을 걷고 그 사이 돈을 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내 자리 가까이 왔을 때 옆 자리 아주머니가 천원짜리를 꺼내 안내장과 함께 주었다. 나는 안내장만 도로 주려고 종이를 그 사람 앞으로 뻗었는데 순간 내가 내민 종이를 잡지 못하고 그 남자가 아주머니 무릎으로 넘어지면서 버스 바닥에 무릎을 찧었다. 사람들이 놀라고 나도 놀라고 ... 왜 못 잡았지? 내가 전달을 잘못했나? 그건 아닌것 같은데...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버스 바닥에 주저 앉은 그 남자의 손을 잡아 주었고 기사 아저씨가 다가와 일으켰다. 나는 당황했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옆에 아주머니 계시고 앞에 바로 그 남자가 있어 나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다 앉았다.  그 남자는 나를 째려보면서  아직 내 손에 쥐어진 종이를 달라는 행동을 취했다. 마치 나 때문에 넘어졌다는 표정이었고 장애인이 넘어졌는데 가만히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쏘아봤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얼른 천원을 꺼내 종이와 함께 건네 주었다. 잠깐 나를 보더니 낚아채 듯 받아서는 다음 정류장에서 그는 내렸다.

일단 그 남자가 안보이자 안심이 되었고 머릿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불쌍한 장애인에게 그 적은 돈도 주지 않으려했고 나때문에 넘어졌는데도 즉각적인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고 결국 넘어지고 나서야 알량한 돈 천원을 내민 인정머리 없는 아줌마인 것인가?  그건 아닌데...정말 아닌데....

속상해서 지인에게 말했더니 내 편이 되주면서 그 남자가 내가 만만해보여서 일부러 그런것 같다고 말해 준다. 그래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