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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로 '윤달수의'를 알아보니

 

어버이날 선물로 '윤달수의'를 알아보니

 

올해는 윤년에 윤달이 있어 수의를 장만하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면 좋다고 한다.

윤년은 태양력에서 기인한 것이고 윤달은 태음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태양력을 기준으로 할때 1년은 365보다 약 0.24일정도 짧다. 그래서 4년마다 2월에 하루를 더해 29일로 해서 실제 계절의 차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윤달은 태음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태양력의 1년(365일)과 태음력의 1년(354일)은 11일의 차이가 있는데  태양력보다 11일 짧다보니 그대로 두면 17년 후엔 6월에 여름에 눈이 내리고 12월 겨울에 삼복 더위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년 태양력 안에 7개의 윤달을 두어 계절의 균형을 맞춘다. 올해는 윤삼월로 음력 3월이 2번 있게 된다. 양력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가 윤삼월이다.

윤달은 쉬는 달, 덤으로 얻은 달이라 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에 관여하는 귀신이 그 일을 잠시 멈춘다고 한다. 그래서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면 장수하고 이장을 할때는 특별히 날을 잡지 않아도 되고 결혼을 해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중 결혼은 그 뜻이 점차 변해져 결혼을 하면 안좋다고 해서 결혼은 피하는 달이 되었다. 조상도 귀신이라 혼례식에 못오신다고 해서 그런다는데 사실 몇 년에 한번씩 오는 달이라 이를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어머님이 슬쩍 부르시더니 윤달이라 아버님 수의를 장만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버님 연세도 많으신데다 점점 건강도 안좋아지시는 것 같으니 이왕 하는거 윤달에 준비하면 어떻게냐고 하셨다. 그런데 상조에 가입했기에 기본적인 수의는 거기서 받을거고 더 좋은 거는 추가금을 내면 된다고 얘기를 들은적이 있어 한번 알아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버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정의 달 5월, 어린이가 없어 장난감값은 나가지 않지만 5월은 돈을 풀어야 하는 날이 많다.

가입한 상조회에 문의하니 추가금을 지불하면 수의를 더 고급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아버님은 6.25 참전용사로 돌아가시면 호국원이라는 곳에 안장되실거라 화장을 생각하고 있는데 상담직원이 화장을 하실거면 굳이 비싼 수의를 하실 필요가 있겠냐며 반문한다. 경제력이 좋든가 무리해서라도 좋은 수의를 장만해 드리는 것으로 효도를 하겠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쓸 수의가 아닌데 미리 고가의 수의를 장만하는 것은 수의를 파는 사람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담원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더 알아보는데 언뜻 보이는 기사에 백화점에서 10벌 한정판으로 800만원짜리 수의를 판매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헉! 수의가 이렇게 비싼가?'

몇군데 알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이것도 진품 명품이 있어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20만원대부터 400만원까지 있고 당연히 가격이 비싸면 재료도 좋고 부수적으로 필요한 물품들도 고급스럽고 보기에도 좋아 보인다. 이것저것 보다보니 눈높이가 높아져 가격을 생각하면 제품이 마음에 안들고 제품이 마음에 들면 가격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수의는 장기간 보관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관 시 옷감이 상하지 않도록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고,  1년에 1-2번은 꺼내서 털어주고 통풍시켜야  곰팡이를 예방 할 수 있다고 한다. 보관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비싸게 샀는데 나중에 곰팡이가 슬어 못쓰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수의에 대한 말이 나왔었는데 벌써 무슨 수의를 준비하냐고 남편이 불쾌감을 나타내서 그냥 유야무야 했었다. 연세 드신 분들 대부분은 생전에, 특히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면 좋다는 이야기가 속설처럼 퍼져 있어 윤달이 되면 수의 이야기가 자연스러우신데 자식된 입장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불편하여 의논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엔 어머님이 직접 말씀하셔서 알아보고 괜찮으면 어버이날 선물로 수의를 해드릴까 생각했었는데 결정하기가 어려워 수의 장만은 미뤄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 윤달에 마음에 드는 수의를 사 드려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