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어느 새 아이들이 다 컸구나, 행복한 엄마의 미소

 

 

어느 새 아이들이 다 컸구나, 행복한 엄마의 미소

 

 

친구나 지인의 아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교를 갔거나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다. 대학생이거나 아니면 입대를 한 녀석도 있다. 대학교 갈 때도, 입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하고 아이들이 커감을 새삼스러워 했는데 올 봄에 그 중 초등학교때 한 동네에 살았던 녀석이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지인이라 첫 월급 타면 밥 한번 먹자고 하더니 연락이 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얼굴이 활짝 핀 지인에게 축하의 말을 하며 어떻게 그렇게 힘든 취업문을 뚫었는지에 대한 무용담(?)을 들으며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 올해 졸업반인데 취업이 2월에 결정되었고 교수와 상의한 후 학업을 병행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힘들어 하기는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며 핸드폰에 저장된 양복 입은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사진을 보니 아주 잘 생기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가 제대로 폼을 잡고 서 있다.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아이스크림 먹던 녀석은 어디가고 머리에 힘준 핸섬한 청년이 보란듯 모델포즈를 취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이 안보인다며 지인은 아쉬워했다.

 

 

 

"와! 이렇게 많이 컸구나, 길에서 보면 잘 못알아 보겠어."

 

자세히 보니 어릴 적 얼굴이 남아 있긴 한데 훌쩍 커 버린 모습에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흐믓한 맘으로 계속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다른 사진은 사원증을 찍은 거였는데 이름 세 글자가 자랑스럽게 찍혀 있었다. 지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핸드폰속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이제 장가 보낼 일만 남았네"

"결혼할려면 한참 돈 벌어야 해"

"여자친구는 있대?"

"아직 없나봐"

"벌써 취업할 정도로 컸다, 애들이..."

"그만큼 우리가 나이가 들었다는거지"

"그러게...내 애는 매일 봐서 모르겠는데 남의 아이 보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네, 좀 있으면 장가간다고 할거 아녀"

 

 

♣♣♣

 

 

이 녀석이 실은 몸이 건강치 않아 학교 다닐 때 엄마가 맘 고생을 많이 했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느라 발병한 것을 늦게 알아서 하마터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두고두고 아이에게 죄를 진 엄마처럼 미안해 했다. 그래서 지금 아이의 모습이 더 대견스러울 것이다. 

 

 

 

맨날 어리다고 생각한 아이가 직장에서  '*** 씨'라는 호칭을 들으니 아주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렇겠지 나두 '**아'라고 불렀는데 '*** 씨' 하니 귀도 간지럽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의 이름에 '씨'를 붙이니 웃음이 나온다. 지금 지인의 얼굴은 행복 가득이다. 부러워 죽겠다.

 

우리가 처음 서로 알게 되었을 때는 결혼한지도 얼마 안되고 아이도 어린 풋풋한 애기엄마였는데....

어느 새 아이들이 훌쩍 커서 내 앞에 서 있고, 우리는 그  뒤에 한 걸음 물러서 있게 되었다.

 

세월을 덧없이 흘려보낸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니 어린 아이들을 키우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나를 웃게 울게 그리고 화도 나게 했지만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자라는 보물이었다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만 봐도 엄마들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