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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노점상 할머니와 공익근무요원, 법과 인권(인정) 사이에서

 

노점상 할머니와 공익근무요원, 법과 인권(인정) 사이에서

 

 

중국에서 한 노점상과 불법 노점상을 적발하러 나온 단속 공무원이 서로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인즉 3-4살 아이를 데리고 노점상을 나온 아주머니를 적발하고 물건을 압수했는데 아주머니가 봐 달라는 듯 단속 공무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그 공무원이 아이에게 보기 좋지 않다며 같이 무릎을 꿇고 아주머니를 다독여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서로 대등하게 말하는게 좋을것 같아서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 단속 공무원의 행동을 두고 당연히 칭찬의 소리가 높다.

 

♣♣♣

 

내가 자주 다니는 여의도 길가에 야채와 생선을 파시는 두 할머니가 계시다. 1년여 정도 봐 왔으니 4계절 장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할머니의 연세는 아주 많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얼굴은 지나간 세월의 고된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어 주름이 깊다.

 

 

 

 

여름이면 뙤약볕아래 작은 양산과 파라솔로 햇빛을 피하지만 겨울엔 바람을 막지 못하고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야채 할머니는 여름에 야채를 햇빛을 피해 신문지나 비닐로 덮고 물을 간간히 뿌려주시며 시드는 것을 막는다. 생선할머니는 얼음을 수시로 생선위에 뿌리거나 달려드는 파리를 쫓으며 생선을 상하지 않도록 보호하신다.

 

겨울엔 삶거나 불린 채소가 담긴 꽁꽁 언 플라스틱 대야를 한 켠에 두고 담요를 덮은 야채를 열었다 덮었다 하며 야채를 파신다. 생선할머니는 꽁꽁 언 생선들을  두꺼운 칼로 하나하나 떼 내어 돌덩이처럼 무거운 생선을 아이스박스 위에 진열해 놓고 파신다. 바람에 금방 꺼질것 같은 버너 위에 라면이나 밥을 끓여 두 분이서 나눠 드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장사를 하신다.  딱 한번 두 분이 언성을 높이시는 걸 봤는데 다시는 안 볼것처럼 싸우시더니 다음 날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이가 좋아지셨다.

 

 

그런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달에 2번쯤 두 분 할머니들이 장사를 중간에 접는 날이 있다. 할머니들이 짐을 싸는 옆에는 공익근무요원이 다른 쪽을 바라보며 할머니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다 치울 때까지 기다린다. 볼일을 보고 다시 그 길을 지나가니 다 치워진 그 자리를 사진으로 찍고 있는 공익근무요원을 봤다.

 

 

'그래서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때까지 할머니들도 공익근무 요원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진을 몇장 찍은 후 공익근무요원은 차를 타고 갔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잠깐 앉아있던 할머니들은 정리해놨던 짐들을 다시 풀면서 장사준비를 하셨다. 입에서는 연신'에휴, 아이고' 소리를 내시며 물건들을 다시 진열하셨다.

 

그때 할머니들의 단골 손님인 듯한 할머니가

"아유, 못됐네. 뭐 이딴걸 신고해서 사람 고생을 시키누."

"지도 하고싶어 하겠어요. 위에서 시키니까 하겄지"

 

나는 "누가 신고하는거에요?" 하고 여쭈니

"근처 마트에서 신고하잖어. 뭐 노인네들이 얼마나 피해를 준다고 ."

그 날 이후로도 몇 번 짐을 쌌다가 풀다가 하시는 모습을  봤고 그 때마다 공익근무요원은 옆에 서 있거나 차에서 할머니들을 보지 않고 치우기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그냥 가는 듯 했다. 신고 들어온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과 가난한 할머니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어린 공익근무요원 모두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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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단속공무원이나 여의도의 공익근무요원은 노점상 하는 분들을 단순히 불법을 저지른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이나 내 할머니로 본 것이다. 그래서 강력하게 법 집행을 하지 못하고 그들이 자리를 치워주기를 또는 아이 앞에서 험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단속을 하러 나온 사람은 노점상이 불쌍하고 노점상은 단속 나온 사람에게 미안하고 , 단속하는 사람이나 단속을 당하는 사람 모두 이 사회의 약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