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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걱정되면 엄마가 데릴러 나와', 어휴 저걸 그냥...

 

 

'걱정되면 엄마가 데릴러 나와', 어휴 저걸 그냥...

 

 

'선배 언니네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서 갖다올게. 9시에 끝나' 딸래미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디냐고 했더니 한양대라고 한다. 저녁먹고 온다하기에 너무 늦지 말라고 했다. 9시가 조금 넘으니 이제 행사가 끝났다며 밥먹으러 간다는 문자가 왔다. 출발할 때 연락하라고 답장을 했다.

 

 

 

 

그런데 11시가 되도록 출발한다는 연락이 없다. '어디셔?' 연락를 보내니 이제 일어날려고 한단다.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거기야!' 짜증스럽게 말이 나간다.

11시 20분쯤 지하철을 탔음이라는 문자가 왔는데 시간을 계산하니 갈아타는 지하철 막차를 놓칠듯 말듯하다.

 

'지하철 놓치면 어쩔려고 그래. 그러게 빨리 나왔어야지. 걱정하게 뭐하는거야?'

'갈수 있음' 짧막한 답장이 왔다.

'요새 무서운 사건 일어나는거 몰라?'

'말이 씨가 됩니다요...아님 엄마가 데릴러 나오든가....도착 10분전에 연락할게' 어이없는 답장에 전화기를 쇼파에 던져버리고 씩씩 거렸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는 10분거리 한적한 길은 아니지만 12시가 넘은 시간이 주는 걱정과 함께 화도 나기 시작했다.  '내가 나가나 봐라. 어디 컴컴한데 너 혼자 걸어와봐!' 그러면서도 인터넷으로 지하철 노선을 검색하며 도착예정시간을 계산해보니 12시 20분쯤 역에 도착하고 집까지 오면 12시 30분이 될거라는 예상 시간이 나왔다.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혹시 지하철에 술 취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어 술 취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칸으로 옮기라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괘씸한 생각에 던져진 전화기만 바보았다.

'3정거장전'이라는 문자가 왔고 나는 한숨과 함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을버스가 다니는 골목이라 그런지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마중나왔다는 표시를 하지 않고 역 근처에 몰래 숨어서 어떻게 집에 가나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횡단보도에 서니 내 또래 엄마가 딸래미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그 집 딸도 막차를 타고 오는것 같았고 나처럼 화가 나 있었다. 

 

어쩌다 우린 시선이 마주쳤는데 바로 얼굴을 돌려 버렸다. 그 엄마는 성큼성큼 앞서서 걸어갔고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며 가로등과 나무가 있는 뒤에 숨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아까 보았던 그 엄마와 딸인듯 보이는 여자애가 내 앞으로 지나갔다.

 

대충 다 나온것 같은데 이 녀석이 아직 안 나온다. 지하철 검색을 하니 이제 더 이상 도착하는 지하철은 없었다. 머리를 빼꼼빼꼼 내밀며 기다리다 몇 발자국 나오니 딸래미가 보인다. 눈이 마주쳐서 숨기는 틀렸다.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할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한다. 그러더니 "늦는다고 했는데 왜 화가 난거야?" 적반하장이다. 오히려 화를 낸다. "너무 늦었잖아."

"오늘 행사가 너무 괜찮았어. 강의 내용도 좋았고 마침 그 학교축제라 먹을것도 많아서 학교 안에서 먹으며 이야기 한거야. 그 선배언니를 1년만에 만난거야. 다들 아직 이야기중인데 나만 어떻게 빨리 일어나냐구. 어쩌다 한번 늦은거 같구 왜 그래."

 

그래도 11시까지는 집에 올 생각을 하고 움직여야지 다른 사람들 시간까지 맞춰주면 안된다는 말을 잔소리마냥 했는데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우리는 거리를 두고 집까지 걸어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텐데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엔 더 늦은 시간을 허락하게 될지 모른다는 노파심에 아예 이번에 확실하게 귀가 시간을 못 박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러더니 쌩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띵~ 뭐야??? 어휴....저걸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