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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싸우기 전에 이기는 지혜

 

 

병법에서 말하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최선의 전략이라 한다.

그래서 적을 속이는 기만술을 아는 사람만이 적과 싸울 수 있으며,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천하의 전쟁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 이는 무형의 영향력이 유형의 무력보다 나으며 지혜가 천군만마보다 나음을 말해준다.

 

 

장막에 앉아서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전쟁터에서 전면전을 할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전쟁터에서 장수가 제대로 된 판단과 작전 계획을 세운다면 병사들의 희생을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전술이며 그 같은 전술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장수가 명장이다.

 

손자병법에서도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이 최상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의 병법이라 하였다.

 

 

이광필

 

당나라 때 사사명의 반란군은 하청에 주둔하고 있으면서 관군 이광필의 양식 보고를 차단하려고 했다. 이광필은 그것을 알고 야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만약을 대비했다.

저녁이 되어 이광필은 옹희호에게 명해 군사 천 명을 거느리고 야수도를 지키게 하고는 하양으로 돌아왔다.

 

옹희호는 자기 수하들에게 말하길

"적장 고정휘나 이일월은 만인이 죽이려는 못된 놈들이나, 그들이 우리 영패로 찾아오면 절대로 그들과 싸우지 말라. 그들은 반드시 투항해 올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수하들은 모두 옹희호가 정신이 돌지 않았나 하고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사명이 이일월에게 호통쳤다.

"이광필은 성을 지키는 데 능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성을 지키지 않고 군대를 평야에 놔두었으니 이것은 이광필을 잡을 절호의 기회란 말이다. 내가 너에게 기마병 500을 주겠으니 어서 가서 이광필을 잡아 오너라. 이광필을 잡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   

 

그 이튿날 이일월은 기마병 500기를 거느리고 야수도로 와서 소리쳤다.

"이광필이 여기 있느냐?"

"우리 원수님은 어젯밤 여기를 떠나 다른 데로 갔다." 옹희호가 대답했다.

그러자 이일월은, 사사명이 자신에게 이광필을 잡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호통쳤으므로 그럴 바에는 투항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고 옹희호에게 투항해 버렸다.

 

그리고는 옹희호와 같이 가서 이광필을 만나니 이광필은 그를 자기 심복처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이일월이 이광필한테 중용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고정휘도 이어 투항하여 넘어왔다.

 

후에 어떤 사람이 이광필에게 어떤 방법으로 둘을 그렇게 쉽게 투항시켰느냐 묻자 이광필이 이렇게 말했다.

"사사명은 언제나 나와 평야에서 싸워 보기를 바랬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내가 평야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을 보고는 나를 생포할 기회가 왔다고 좋아하면서 이일월을 시켜 나를 잡아오게 했는데, 이일월은 나를 잡지 못하니 감히 사사명한테 돌아가지 못했고 그러자 투항할 수 밖에 더 있습니까.

그리고 고정휘는 재능이 이일월보다 더 출중한 사람인데, 이일월이 투항하여 중용을 받는다고 하니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일월이 얻은 자리를 자기가가지기 위해 투항했지요."

 

 

자고로 무력을 쓰지 않고도 적을 항복시키고, 전면전 없이도 성을 함락시키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일 없이 상대을 이기는 이를 명장이라 하였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지 않음으로써 다친 데가 없는 상태로 아군편으로 끌어들여 천하를 제패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병력의 손실 없이 완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바로 이광필의 지혜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싸우기 전에 이기는 방법은 무력으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 이기는 것, 즉 머리로 이기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혜의 무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