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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결혼한 아들 딸과 각각 살아보니, 결론은 따로 살자

 

 

결혼한 아들 딸과 각각 살아보니, 결론은 따로 살자

 

 

세째 이모님이 가을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분가를 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모의 자녀들(외사촌)은 걱정을 하는 모양인데 이모는 아주 날아갈 듯 기분이 좋으시다고 친정 엄마가 말씀해 주셨다. 1년전 아들 며느리가 분가하고 결혼한 딸이 들어와 살았는데 딸네가 필리핀으로 몇 년 해외근무를 가게된 모양이다. 이참에 집을 줄여서 아들이고 딸이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아예 작은 집을 구하셨다. 

 

몇해 전 지방에 사셨던 이모는 이모부께서 편찮으셨는데 상태가 나빠지자 가끔 응급으로 서울 큰 병원에 오셨다가 내려가시곤 하셨다. 그러다 아예 서울에 올라와 자녀들 곁에 사는게 좋겠다고 하셔서 아들 내외와 살림을 합치기로 하고 넓은 아파트를 구해 이사 날짜를 잡아놓고 있었다.

 

그러다 이모부께서 또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응급으로 서울 병원으로 오셨고 중환자실에 계신 상태에서 정신없이 대충 이사짐만 빈 집에 들여 놓고 환자 곁을 지키셨다. 아들 내외와 이모 그리고 딸이 교대로 병실을 지켰지만 젖먹이 손녀가 있는 며느리는 애 때문에 아들과 딸은 직장 때문에 주말만 병원에 올 수 있었고 이모가 대부분 병원에서 이모부 간호를 하셨다.

 

그러다 집에 오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루고 나서야 이모와 아들 내외는 이사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다른 이모들은 이제 손녀딸 재롱을 보면서 좀 쉬라고 했다. 그동안 병간호 하느라 힘든것도 있지만 지방에 계실때 이모부 간호하시랴 옷수선 가게를 하시랴 많이 지치셨을 것 같아서 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아들과의 생활

 

그렇게 첫번째, 아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같이 살아보니 예상보다 눈에 거슬리는게 많이 보여서 힘드신 모양이었다. 이모는 집 근처에 자그마한 옷수선 가게를 내셨고 며느리는 전업주부인데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쩔쩔 매느라 집 안 살림을 버거워 했나보다 살림에서는 몇 십년차 선수인 이모 눈에 예쁘게 보일리가 없다.

 

더구나 퇴근 한 아들이 이것 저것 집 안 일을 도와주면 그것도 보기 싫다고 하셨다.

하긴 대부분 시어머니들의 눈에 당신 아들을 부엌에 보내는 며느리가 이뻐보일리 없다. 이모가 속상한가 보더라 말을 전하는 엄마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 그렇게 사는 사람들 많아. 아내가 예뻐서 도와준다는게 이모가 못 본척 하시라 그래."라고 말씀드렸지만 이모의 불만은 며느리에게 전달되었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하나 둘 늘어갔다.

 

그러다 2년 후 차라리 안 보고 사는게 났지 보고 살자니 속이 터진다며 분가를 하자는 말이 나왔고 아들 내외는 분가를 하였다. 그 사이 손녀가 한 명 더 태어났는데 며느리가 아이 둘을 거두지 못하자 큰 애를 이모가 가게로 데리고 나와 돌보시면서 일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들 내외가 먼저 분가를 하고 집을 내놨지만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큰 집에 이모 혼자 계셨는데 근처에 살던 딸과 사위가 하루 이틀 자고 가더니 어느 날 자기네 집에 살림은 둔채로 네 식구가 들어와 버렸다고 한다. 집 나갈때까지만 같이 지내기로 하고 말이다.

 

 

 

결혼한 딸과의 생활

 

그렇게 두번째, 딸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장을 다니는 딸은 아침 일찍 자기 출근 준비하느라 아이들 아침밥과 등교 준비는 이모몫이 되었다. 하교 후 딸이 올 때까지 학원을 다녀온 외손자들은 할머니 가게에서 엄마나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을 하였다.

 

아들네 손녀까지 오는 날은 그야말로 가게가 아수라장이 되곤 했단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게 되자 다른 이모들이 딸네도 나가게 하라고 말했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하겠어서 속만 끓이셨다. "아이고 아들놈이나 딸년이나 똑같어, 똑같어. 며느리 못한다고 흉 봤더니  내 딸이라고 다르지 않어."

 

집이 얼른 처분되기를 기다렸는데 아주 절묘하게 집도 나가고 딸네도 해외로 나가게 되어 이모는 가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작은 집을 구하셨다. 아예 가게도 같이 옮길까 고민 중 이신가보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실까?ㅎㅎ

 

아직 일도 하시고 매주 다른 이모들이 위로 방문을 해주니 외롭지 않다면  얼마간  혼자 지내시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시집살이와 더불어 요즘은 며느리살이하는 시어머니들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 이모는 짧은 시간에 아들, 딸 모두와 살아봤으니 더 이상 소원은 없으실 것 같다.

 

그런데 결론은 "얘들아! 우리 각자 따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