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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불로장생하면 정말 행복할까? 동화 '영원히 사는 법'을 읽고

 

 

불로장생하면 정말 행복할까?  동화 '영원히 사는 법'을 읽고

 

 

 

 

 

'영원히 사는 법' 동화읽기

 

방이 천개나 있는 도서관에 '영원히 사는법'에 대한 책이 있다는걸 피터만 알고 있다. 

 

 

 

 

2년동안 매일 피터는 도서관 방들을 뒤지며 그 책을 찾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책이 있다는 것만 알뿐 책의 위치를 모르니 일일이 눈으로 책 사이를 찾는 길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도서관 문이 닫히고 전등이 꺼지면 도서관은 그때부터 또 다른 세상으로 변신한다. 

 

 

 

 

그동안 피터가 '영원히 사는법'이라는 책을 찾기위해 도서관을 뒤지면서 알게 된 신기한 그곳 사람들도 주름이 있고 늙어 가는 걸  보면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을 아직 못 찾은 모양이다.

 

 

 

 

그러다가 중국 노인 4명을 만났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었다. 피터는 그들과 함께 영원한 아이를 만나러 갔다. 그 책을 읽고 영원한 삶을 얻은 그 아이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영원한 아이는 책을 읽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지만 그가 할 수있는 일은 시간 속에 갇혀 그저 영원한 내일을 맞는 일밖에 없다고 하면서 그 책을 읽지 말라고 했다.

 

영원히 산다는건 살아있다는게 아니라고 하면서.

 

 

 

영원히 산다는 의미

 

책 표지의 그림은 책이 꽂힌 책장 그림인데 그 느낌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신비로운 기운이 묻어 난다. 대충 몇 페이지를 넘기니 빼곡히 책이 꽂혀있는 도서관 책장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보여지면서 나는 책보다 그 사이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느라 내 눈이 바빴다. 

 

 

 

 

다음 장의 그림은 더 황홀했다. 도서관 책장 사이의 복도는 배가 다니는 강으로 변했고 강 옆으로는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길래 그림이 이렇게 신비로운걸까?' 궁금해하며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영원히 사는 법'이 적혀 있는 책을 찾기 위해 피터라는 소년이 도서관에 들어가 겪게 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담은 동화이다. 중국 노인을 만나 책을 전해 받지만 그 노인들은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피터를 '영원한 아이'에게 데려갔다.

 

그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지만 얼굴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성장해서 나이에 맞는 생활을 하느라 모두 떠나가고 자신만 성장이 멈춘채 아이로 남아 있게 되었다며 슬픈 얼굴로 말했다. 피터는 고민을 하다 책을 포기한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오랜 소망 중 하나는 불로장생이다.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건 지금의 젊음을 그대로 영원히 간직한다는 말인데 얼핏 들으면 굉장한 축복처럼 생각되지만 영원한 아이의 말처럼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영원한 아이는 책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변화를 겪으며 나이가 들어갔지만 그들과 다르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아이는 더 이상 그들 곁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결국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남겨져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시간이 가는 걸 지켜 보는 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결과를 보니 무시무시한 생각마저 든다.

 

 

 

과연 불로장생이 행복일까?

 

오래 전에 비슷한 내용의 영화(The Man From Earth,2007)를 본 적이 있다.

영원한 생명을 가진 주인공은 한 곳에 정착을 하지 못하고 항상 떠돌아 다닌다. 왜냐하면 세월이 흐르면 주변 사람들은 변해가는데 오직 그 사람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시간이 흐르면 또 떠나는 일을 몇 천년 동안 반복해 왔다. 사랑했던 사람들 곁을 아무 이유없이 몰래 떠나야하니 그는 항상 괴롭다. 결코 영원히 사는게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영원한 아이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면 인간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게 순리인 것 같다.

늙어 죽음이 다가오면 아쉬움이 남고 후회도 되지만 한 인간으로 태어나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름답지 않은가?  

 

영원한 삶을 얻는 대신 아무도 곁에 없다면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끝없이 지켜봐야 한다면  나는 영원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태어나고 살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가 가장 자연스럽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