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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30대 남편과 40대 남편의 세대차이

 

 

30대 남편

 

동네에서 아는 지인 중 나보다 어린 엄마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을 둔 젊은 맞벌이 부부이다.

한 두번 아침 나절에 아이의 외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아픈 아이를 잠깐 봐주느라 집에 가면 일찍 출근한 부인을 대신해 아이를 보살피고 출근 준비를 하는 그 집 남편을 볼 수 있었다.

 

 

 

 

아픈 아이 옆에서 밥을 떠 먹이며 "약 먹어야 하니 먹기 싫어도 조금만 먹자"라고 하며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인다.

결국 남은 밥은 부엌 한 켠에서 자신이 물을 말아 먹고 설겆이까지 깨끗이 하고 나서 아이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나에게도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여러번 하면서 집을 나선다. 

 

아이 엄마도 살림 잘하고 상냥하고 인사성 밝은 사람이라 호감가는 사람인데 아이의 아빠도 '젊은 사람이 참 자상한 아빠고 남편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40대 남편

 

동갑내기 친구와 나는 남편 나이도 비슷하고 아이들도 또래들이다. 게다가 남편의 성향까지 비슷해서 가끔 서로 전화로 남편 흉을 보기도 한다. 얼마전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 남편이 사무실 이전을 했다며 놀러 오라기에 약속을 잡고 작은 꽃 화분을 들고 찾아갔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친구 남편은 간판을 새로 단다며 의자와 전동기계를 가지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그래도 직접 하시는 모양이네. 우리 집 같으면 이거 가져와 저거 가져와 시키는게 많아서 아예 내가 해버리는데"

라고 말하는 순간

 

 "**이 엄마 싸인펜 좀 가져와"

 라는 친구 남편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박장대소를 했다. 친구는 싸인펜을 가져가며 혼자 잘 한다고 칭찬하는 찰라에 뭐 가져와라 말을 하냐며 남편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친구 남편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가 원래는 혼자 다 해요. 오늘만 잠깐 그런겁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싸인펜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데요."

 

결국 친구는 내말대로 줄자 가져오고 드라이버 가져오고 드릴로 구멍 뚫는 동안 바닥에 떨어지는 파편들을 진공 청소기로  담아내느라 옆에서 연실 심부름을 하며 바쁘게 사무실 안과 밖을 들락날락 거렸다.

 

간신히 다시 자리를 잡은 친구와 나는 아니 다들 옆집 남편은 완벽하다고 하더니만 왜 우리 옆집 남편은 내 남편하고 똑같은 거냐면서 성토를 했다.

 

 

30대 남편과 40대 남편의 세대차이

 

40대인 우리와 달리 요즘 30대인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이나 가족들을 자상하게 잘 챙긴다.

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우리도 그나마 나아진거지만 가족이라는 범위나 개념이 2-30대들은 우리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가장 다른 건 가족간의 정서 교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갓 결혼한 사촌 동생들만 봐도 아내나 남편 또는 아이들과 상당히 격이 없는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세월이 더 흐르면 결국 우리와 똑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보기엔 서로에게 합리적인 배려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것이니 우리는 우리 시대만큼 변화하며 사는 것이고 앞으로의 세대는 또 그만큼 변화된 시대만큼 살아가는 것뿐이니 부럽고 말고 할것은 아닌데....

 

그래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