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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적금드는 어머니의 마음,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적금드는 어머니의 마음,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한 살 차이가 나는 A와 B 두 아이가 있다.(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30대 성인이다)

 

체적인 조건도 비슷하고 호감가는 얼굴에 부모들 속 썩이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잘 마친 모범생에 공부도 잘해서 둘 다 in 서울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은 차이가 많았다. A는 넉넉한 형편에 사회적인 지위도 있는 부모님 밑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고 B는 열악한 형편을 견디며 성장했다.

 

 

 

 

비빌 언덕이 주는 차이 

 

A는 대학 진학 후 1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를 했고 만기제대했다. 제대 후 복학해서 1년이지만 유학도 다녀오고 외국어를 스펙으로 키워 대학 졸업과 함께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취업 1년후 오랫 동안 교제했던 여자친구와 많은 사람들 축복 속에 결혼을 했고 부모님은 17평 아파트를 사 주셨다.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리핀으로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었는데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집과 생활비(가사도우미 2명 인건비 포함)가 제공이 되었고 급여는 국내보다 약2배를 받는다. 본가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을  필리핀으로 오시라하여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B는 대학시절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으로 어머니를 도와 학비와 용돈을 벌어 학업을 이어갔으며 설상가상 암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간호때문에 일을 그만두신 어머니를 대신해 학업을 중단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군입대를 했고 제대 후 복학을 해야했지만 학비가 없어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면서 동시에 공무원 시험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다.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아쉬움이 많이 남아 복학을 미루고 한번 더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엔 제대로 공부를 했지만 지난 해보다 경쟁률은 2배이상 높아져서인지 또 한 번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제는 후회되지만 공무원 시험에 처음 실패했을 때 복학을 했어야했다. 복학 하고 공무원 시험을 더 보던가 졸업을 했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복학을 미루고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다보니 어느 새 몇 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대학 졸업도 못했고 공무원이 되지도 못했다. B의 어머니는 집안 형편때문에 복학의 기회를 놓치게 한 것 같아 너무나 가슴아파한다. 

 

 

 

 A와 B의 현재 모습은 부모나 가정형편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노력의 결과이다. 아니 아직 앞길이 창창한 젊은 나이인데 겨우 30정도의 인생을 가지고 성공이니 실패니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지금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알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드라마처럼 우여곡절이 많고 변화무쌍하지 않다. 상식적인 선에서 약간의 굴곡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마치 롤로코스트처럼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A와 B의 현재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면 둘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적금드는 어머니의 마음

 

50대의 어머니가 딸과 아들의 이름으로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버는 돈의 반 이상을 떼어 적금을 한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하느냐? 이제 그들도 성인이니 자기가 벌어서 쓰게 놔두라 하니 "요즘 같은 세상에 부모 덕 없이 혼자 일어서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 나도 가난하게 자라 가난한 집에 시집와 벌어 먹고 사느라 너무 힘들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내가 큰 언덕이 되주진 못하지만 얕으막한 언덕이라도 되줘야 나처럼 살지 않겠지."  무슨 뜻의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 4-50대들은 넉넉하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이 많다. 소 팔고 논 팔아 학비를 대주신 부모님, 오빠나 동생을 위해 학업을 중단한 많은 누나와 여동생들의 희생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해 취업만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 일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항상 쪼들리는 돈 문제는 내 발목을 잡고 날개를 꺽어 버린다.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준다고 대학가면 등록금 대준다 안대준다 말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나와 같은 삶을 산다면 어떨까? 

 

적금통장을 만드신 아주머니의 마음이 같은 부모로서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