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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과학

무서운 바다 괴물 크라켄의 실체는 거대한 대왕 오징어

 

 

무서운 바다 괴물 크라켄의 실체는 거대한 대왕 오징어

 

전설 속의 괴물이었다가 500년 만에 누명을 벗은 심해 생물이 있다. 누명을 벗은 심해 생물은 예전부터 노르웨이에서 바다 괴물이라고 불려왔던 크라켄이다. 

 

크라켄을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긴 사람은 18세기 노르웨이의 신부 에릭 폰토피단이다. 그는 노르웨이의 자연에 대한 책을 남겼는데 후세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괴물 이야기였다. 바로 1746년 노르웨이 해안에 나타 지나가는 배를 난파시킨 바다 괴물인 크라켄으로, 크라켄은 노르웨이어로 '무서운 바다 괴물'이라는 뜻이다.

 

 

 

 

『해저 2만리』(1870년)에서는 거대한 오징어가 등장해 주인공인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공격한다. 『백경』(1851년)에서는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가 싸우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하지만 지난 500년간 대왕오징어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그 존재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항구의 술집에서 뱃사람들이 나누는 허황된 무용담 속에 나오는 물고기 정도로만 생각한 대왕오징어의 실체가 어떻게 노르웨이의 바다 괴물로 전해 내려오던 크라켄인지 그 궁금증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밝혀진 크라켄의 실체

 

대왕오징어가 사람들이 생각하듯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의 생물일 것이라 추측한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19세기 덴마크의 뛰어난 생물학자 야폐투스 스텐스트루프다. 스텐스트루프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크라켄의 얘기와 그림을 보고 크라켄이 괴물이 아니라 거대한 오징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오징어에게 별명이 아니라 '아키투티스(Architeuthis)'라는 생물학적인 이름, 즉 학명을 남겼다. 아키투티스는 그리스어로 '모든 오징어를 지배하는' 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하면 '대왕오징어'라는 뜻이다.

 

 

 

 

대왕오징어에 대한 스텐스트루프의 판단은 정확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대왕오징어는 사실로 드러났다. 1874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해안에서 전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괴물 크라켄이 실제로 발견되었다. 몸길이가 무려 18미터, 몸무게가 1톤이 넘는 거대한 오징어였다.

 

이후 크라켄을 관찰한 내용이 과학잡지에 발표되었고, 이로써 크라켄이 전설 속 바다 괴물이 아니라 특별히 큰 오징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오징어에겐 덴마크의 생물학자 스텐스트루프가 발견도 되기 전에 미리 지어놓은 이름인 '아키투티스'가 붙여졌다.

 

그러면 대왕오징어는 500년 동안 괴물의 누명을 쓴 것일까?

 

그것은 향유고래의 몸통에서 발견되는 대왕오징어 빨판에 물린 자국으로 추측할 수 있다. 향유고래는 먹잇감인 오징어를 쫓기 위해 수심 600~1,000미터까지 잠수한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1시간이상 잠수할 수 없기에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한다. 포유류인 고래는 바다 위에서 숨을 쉬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노려 대왕오징어는 향유고래를 빨판으로 공격하며 도망을 친다.

 

 

 

이처럼 대왕오징어는 천적인 향유고래를 물리치는 습성때문에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큰 물체가 다가오면 향유고래로 착각하고 빨판이나 두꺼운 다리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왕오징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지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배를 침몰시키려는 공격적인 행동은 아닌 셈이다.

 

 

안타까운 동해의 대왕오징어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는 미국의 동부 해안에 떠내려 온 대왕오징어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대왕오징어는 길이 2.7미터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발견 당시 다리와 촉수가 잘려져 나간 상태였는데 온전했다면 약9미터는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대왕오징어를 쵤영하는 대가로 시간당 1,000달러 정도의 촬영비를 받는다. 비용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에겐 그럴만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동해에서 발견된 대왕오징어때문이다. 1996년 12월 27일 동해(포항시 남구 대포면 구만리)에서 어부 최성갑씨와 이삼수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까운 바다에서 문어 잡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다 위에 떠있는 커다란 하얀 물체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오징어였는데, 아직 살아있긴 했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오징어의 크기는 몸통과 다리를 합쳐 약8미터이며, 몸무게는 50킬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거대한 오징어가 기형으로 태어난 괴물로 생각하고 토막을 내어 동해에 뿌려 버렸다.

 

 

당시 뉴스 자료를 보며 혹시 이 괴물오징어가 대왕오징어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대왕오징어 전문가인 하와이 대학교의 리처드 영 생물학 교수에게 영상을 보내 분석을 의뢰하였다. 한국 포항에서 발견된 거대한 오징어의 영상을 분석한 리처드 영 박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 아름다운 대왕오징어네요. 굉장히 아가미가 크군요. 이 오징어는 '아키투티스'라 불리는 대왕오징어입니다. 세계적으로 단 한가지뿐인 희귀종이죠."

 

아직까지 과학자들이 연구용으로 채집한 것을 제외하고는 파도에 쓸려 와 발견된 대왕오징어 중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발견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왕오징어는 토막 나 바다에 버려졌기 때문에 남겨진 영상으로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세기의 발견이었던 1938년의 실러캔스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우리의 동해바다에서 일어날뻔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