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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 그리고 가장을 잃은 가족의 비통함

 

인생의 의미,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 그리고 가장을 잃은 가족의 비통함

이틀 전 먼 친척 되시는 분의 병문안을 다녀온 어머니 말씀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시더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친척분이시라 병문안은 가지 못했는데 갑작스레 문상을 가야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스러웠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방송들은 특별방송을 하루종일 하는데 어지러이 부는 바람처럼 마음도 어지럽다.

 

 

가장을 보낸 가족의 비통함

늦은 밤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문상객들이 많아서인지 쓸쓸한 장례식장은 아니었다. 입구에 붙여진 사진속의 고인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병색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안내 받아 들어가 하얀 국화꽃을 영정 앞에 놓아 두고 두번 절을 했다.

오래 전 한번 뵈었던 분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초면(?)의 그분을 향해 병마와 오랫동안 싸우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시라 염원하며 상주와 맞절로 인사도 했다. 다행히 세 자녀는 다들 장성했지만 아직 결혼한 자녀는 없는지라 세 자녀와 아주 자그마한 체격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것같은 초췌한 모습으로 부인은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고인은 향년 59세이다. 2년전 췌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고 올 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얼핏 다 나았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몸도 많이 좋아지고 일상생활도 충분히 할 수있을만큼 좋아져 강연도 나가고 나름 사회생활 적응을 시작하며 한동안 지냈었다고 한다.

그러다 담석이 생긴걸 2-3 달전에 알게 되었고 제거하기 위해 개복수술을 하던 중 췌장암이 아주 조금 생긴걸 발견하고 그것까지 떼 내기로 했는데 칼을 대자 지혈이 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어찌 수술은 마무리를 했는데 경과는 더 나빠지고 급속도로 암이 전이가 되면서 2달여 만에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한다. 병원측은 최선을 다했고 환자 가족들은 의료사고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나보다.  담석 제거를 위해 수술을 하지 말걸....하는 후회를 한다고 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

고인의 부모님들은 80이 훨씬 넘으신 연로하신 분들인데다가 올 봄 암이 완치된 걸로 아시고 갑작스레 나빠진 상태를 중간중간 알리지 않은 상태라 돌아가시고 나서 알리지를 못한 상태에서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계신다고 했다. 하긴 자식 앞세운 걸 아시고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큰일일테니 말이다. 사람 목숨이 나이 순서대로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경우 떠나는 자식이나 자식을 먼저 보내야하는 부모나 심정이 오죽하랴.

일선에서 퇴직하자마자 병마와 싸우고 다 나았다 싶은 순간에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게 된 그 분을 생각하니 흔한 말로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도록 일만하다가 암선고를 받고 죽을만큼의 고통과 함께 병마와 싸우다가 이겼나 싶은 순간에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그분에게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장례식장을 나오며 다시 보게 된 영정 사진 속 그분은 알듯말듯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