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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태풍 괴담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

 

 

태풍 볼라벤, 태풍 괴담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는 태풍 볼라벤때문에 각 방송사들마다 앞다퉈 대비를 철저히 하고 사고예방에 힘쓰라고 한다. 태풍의 크기가 이전 태풍과 비교했을때 2-3위 할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가진데다가 엄청난 폭우를 동반한다니 비에 바람에 이중고를 겪게 될거라고 말이다. 이미 태풍이 상륙한 일본의 모습을 보니 위력을 가진 태풍임에는 틀림이 없다.

 

 

▲ 사진출처 : 연합뉴스

 

 

태풍 괴담에 빠진 아이들

 

'집에 올때 신문 가져 오세요.'라는 문자를 나와 남편에게 모두 보낸 딸래미는 며칠 전 부터 태풍때문에 조바심을 보이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무서운 태풍이 온다더라, 밖에 나가면 안된다더라, 우리 집도 유리창에 젖은 신문지를 붙여야한다 등등 말을 했지만 괜찮어, 걱정하지마라고 여러번 얘기해주었다.

 

그렇지만 제 친구들이나 또래들과 주고 받은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태풍에 서울이 '지옥'이 될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2년전 태풍에 대형 간판이 떨어지고 나무가 뿌리채 뽑혔는데 이번 태풍은 그때보다 10배정도 더 크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왜 애들은 걱정인데 어른들은 다 괜찮다고 하면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느냐며 친구들 부모님도 괜찮다는 말만 하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출근도 말릴 정도로 딸래미의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27일 오후에 버스에서 지인과 그의 딸을 우연히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일 태풍 온다고 애들끼리 난리던데 들었냐고 물으니 못 들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28일 휴교하고 29일에 살아서 만나자고 했다며 친구들도 이번 태풍에 겁먹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말을 한다. 저번 태풍보다 10배나 크기 때문에 서울은 지옥이 될거라고 간판이나 뽑힌 나무에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칠 것이고 교통대란이 일어나 서울이 마비가 될거라고 .... 우리는 웃으며 그 말을 들었다.

 

집에 오니 아빠가 가져오신 신문지와 테이프를 들고 창문 공사를 시작하신 우리 딸, 그래도 유비무환이라고 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거들기로 했다. 집 위치상 바람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신문지를 붙이고 물을 뿌리고 테이프를 붙이고 땀도 나고 엄청 힘들다. 결국 방과 거실 창문 모두 붙이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밀폐된 창문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점점 더워지지만 어쩌랴 이제 꼬박 하루를 버틸 수 밖에 없다.

 

 

괴담을 바라는 아이들, "이건 아니지"

 

다음 날,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분다. 방송에선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현장을 전달하는 기자들이 애처럽고 위태롭게 방송되고 있다. 비바람을 피해 잠시 건물 안으로 피했는데 10대 아이들이 하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었다.

 

"야! 볼라벤이 언제 오는거야, 뭐 이래, 스펙타클한 영화 한 장면 눈으로 보나 싶었는데 이건 아니지."

 

 

 

같이 있던 녀석들도 맞장구를 치며 얼른 눈 앞에서 나무가 부러지고 간판이 떨어져 날아가고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린 나이인지라 장난기 섞인 그들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이미 강풍에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이 많이 있고 집이나 농작물등 재산피해도 많이 집계되고 있다는 뉴스를 아직 못 본건지 철딱서니 없는 말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오니 창문의 신문지들은 다 제거가 되었고 딸래미 덕분인지 우리 집은 무사했다. 뉴스에 나온 아파트 유리들에는 하나같이 테이프나 신문지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의 작품이 아닌가 짐작해 보며 그나마 태풍의 크기에 비해 피해 규모가 적었다는 사실을 위로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