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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재 이유,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안전 장치의 확보

 

국가의 존재 이유,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안전 장치의 확보

얼마 전 박완서님의 작품 중 '그 가을의 사흘동안'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어린이 논술용으로 나온 책이라 내용이 길지는 않았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성폭행의 상처와 그로 인한 분노를 가진 여주인공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 책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 걱정스러웠던 것은 분노의 화살이 더 약한자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약자는 괴롭다

'그 가을의 사흘동안'이라는 작품에서 성폭력을 당해 임신을 하고 낙태 경험을 가진 주인공은 힘없는 자신이 겪어야했던 엄청난 고통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사회적인 정서가 여성의 성폭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낙태를 했고 안으로 쌓인 분노를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집창촌이 형성되어 있는 가난한 동네에서 낙태전문의사로 명성(?)을 날리며 자신의 분노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을 뺏는 것으로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수술을 받는 여인들을 속으로 경멸하는 것으로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고 있었다.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 그림 출처 : 국무총리실, 누가 누구를 지켜보는건지 모르겠다

 

간혹 드라마에서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부하직원에게 그대로 아니 더 세게 전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혼난 형이나 누나가 동생을 더 괴롭히거나 부부싸움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가는 경우도 많다.

나보다 강한 자에게 심신상에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더 큰 불이익이 두려워 참고 견딜 수 밖에 없다. 화를 속으로 삭이고 삭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다른 대상에게 나의 분노를 표현해서 화를 풀게 된다. 그런데 그 대상이 대부분 더 약한 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서 안타깝다.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상대적으로 경제력이나 물리적인 힘이 약한 사람들, 상대적으로 치안이 허술한 곳에 사는 사람들,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어린 사람들이 이러한 화풀이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가해자들이 '그들은 보호받지 않고 있다.'라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회적인 강자들은 이중삼중의 보호장치가 되어 있지만 사회적인 약자들은 그렇지 않다.

▲ 국민 중에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체된 경제로 나라가 어지럽고 청소년 문제나 윤리 문제 등으로 사회적으로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건 나뿐인가 모르겠다. 가족들이 밖에 나가면 집에 들어올 때까지 안심이 안되고 어느 순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신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럴때일수록 국가는 약자를 위한 안전장치와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강자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지만 약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