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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한국 며느리들에 대한 단상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한국 며느리들에 대한 단상

한국에서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사는 많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에도 명절 증후군과 관련된 고통을 미리 하소연하는 사연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시댁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 손위 동서와 껄끄러운 친구, 시누의 섭섭한 말에 몇 년째 부딪히지 않으려 명절 아침 일찍 시댁을 나선다는 친구등 내 주변에도 갈등으로 고민하는 며느리들이 많다.

 

명절 증후군은 

명절 증후군까지는 아니지만 나 또한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은 며느리이다. 아직까지는 일선에서 해야할 일이 가장 많은 맏며느리이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해서는 며느리가 혼자였던터라 명절에 어머님과 둘이서 명절 음식들을 장만했다. 옆에서 거들기를 몇 년 둘째 며느리가 들어왔다. 설겆이는 물려주고 음식 장만의 더 많은 부분을 맡았다. 막내 며느리가 들어오고 어머님은 부엌에서 손을 떼시고 며느리들 셋이서 명절 음식을 장만했다. 장은 어머님과 내가 보고 다 듬어 놓으면 전날 동서들이 와서 같이 맡은 음식들을 만들었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제사 음식을 만들 때 제사상에 올라갈 양과 한번 정도 더 먹을 양만 만들 뿐 많이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분업을 하면 음식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4-5시간 정도이다.  명절 음식에 대한 간소화를 주장한 건 나였다. 남아 도는 명절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저장만 하는 건 낭비같아서 이다. 음식 장만에 들어가는 시간이 적으니 동서들도 부담감을 많이 덜었고 저녁 식사 후 세 며느리가 모여서 수다 떠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다.

 

며느리에게 응원을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하나는 '나만 괴롭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괴로움은 실제 힘에 부치는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나의 고단함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이해해주고 작은 위로의 말이라도 듣게 되면 이런 괴로움은 눈 녹듯 사라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서들끼리는 서로 힘들지 않나 다독여주고 남편들은 대좋고 도와주면 더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지나가다 슬쩍 위로의 말이나 고마움의 말을 전하는 것도 좋을텐데 우리나라 남자들이 체면치레 하느라 그런 걸 못한다.

민족 대이동이 일어날 정도로 아직은 명절이 즐거운 날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올해는 경제가 어려워 그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명절이 될 가능성이 많다.

'주머니에서 인심 난다'라고 했던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니 인심이 빡빡해져 감정 상하기가 더 쉬울수도 있겠다. 하지만 명절의 고유 의미를 찾아 광고에 나오는 명절 분위기처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