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착한 손윗 동서와 얄미운 아랫 동서

 

착한 손윗 동서와 얄미운 아랫 동서

이모댁에는 아들이 셋인데 막내는 아직 장가를 못가서(40이 넘었는데 노력을 안함) 며느리가 둘이다. 큰 며느리는 시집 온지 17년 정도 되었는데 첫 인상부터 서글서글했고 붙임성도 좋은 분이시다. 나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사촌 오빠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언니라고 부르고 존대를 하였다.

6남매 장남인 오빠가 일찍 장가 가긴 틀렸다 생각했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귀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시어른과 함께 살면서 어른들 공경 잘 하고 남편 내조 잘 하고 직장 일까지 잘 하니 원더우먼이 따로 없다.

 

6형제의 맏며느리

명절이나 시어른들 생신에 6남매가 모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1명만 빼고 다 결혼해서 아이들이 2명씩은 있으니 사위와 손자들이 모이면 어른들은 좋지만 며느리는 왕고생을 해야한다. 외식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행사를 한다 들었다.

▲ 사진출처 : 월간조선

 

서울 사는 시누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도우면 얼마나 돕겠나 싶다. 둘째인 아랫동서가 와야 그나마 맘 편히 시킬 수 있겠는데 지방에 산다고 그리고 아이가 어리다고 이래저래 상 차리면 도착하나보다. 이모께서 큰 며느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실 정도이니 말이다.

이번 추석에는 일찍 오겠거니 했단다. 왜냐하면 지방에서 올 봄에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 차 막힐 일 없고 아이들도 이젠 좀 컸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늦게 왔다고 한다. 이모가 짜증을 좀 내자 큰 며느리가 하는 말이 동서가 일찍 오고 싶어도 애들이 어려서 준비하느라 그런걸 거라며 자기도 애들 어릴땐 그랬다며 오히려 동서를 두둔했다고 한다.

 

손윗 동서와 아랫 동서

그러면서 음식을 다 만들 수도 있었는데 다 만들어 놓으면 동서가 더 미안해 할테니 일거리 한가지는 남겨 놓더라고 하셨다. 늦게 온 동서에게 웃는 얼굴로 "차가 막혀 오는 동안 쫄았지?" 라며 농담까지 건넸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니 얼굴도 기억 안 나는 둘째 며느리가 너무 얄미워진다. 큰 동서가 넓은 마음으로 배려하는 걸 오히려 이용해 먹는건가 싶은 생각에 나중에 만나더라도 반갑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추석에 일찍 오느냐 마느냐는 자기 형편에 맞게 움직이는게 맞다. 너무 일찍 와서 움직이는 큰 며느리의 행동이 둘째 며느리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수도 있다. 다만  큰 며느리의 호의와 배려를 둘째 며느리가 만만히 여기는 것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아마도 큰 며느리는 올해도 집에가는 동서에게 가는 차안에서 아이들 먹이라고 알록달록 예쁜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이모네 큰 며느리(언니)와 예전엔 가끔 얼굴을 볼 기회도 있었는데 최근엔 전화만 할뿐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래도 언니의 전화 목소리는 여전히 밝다.  "어머!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고모부 잘 계시고 아이들도 잘 있지요?^^" '솔'음에 가까워 들으면 기분이 좋은 목소리다.

러고보니 지난 설에 통화한게 마지막이네. 이참에 안부 전화나 걸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