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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내 아이가 혹시 왕따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내 아이가 혹시 왕따를....

 

순수함을 읽은 동심들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쉬는 시간에 A라는 아이가 B라는 아이에게 가서 놀자고 했다. 두 아이는 놀이를 시작했는데 몇 번 하고 나니 놀이가 싫어져서 B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A는 더 하자고 했고 B는 조금 더 하다가 이내 놀이를 중단하고 돌아섰다. 그 때 A가 B를 향해 "너 이상한거 봤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실제는 '너 ○○ 봤지'지만 금지어 같아서 달리 표현했음)

B는 그 말을 듣고 당황스러워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그 말을 들은 반 아이들은 B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고 B는 느꼈다. B는 억울했지만 쉬는 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A로부터 사과의 말을 듣지 못했다. B는 그런(실제는 '○○')  말을 들은 자체가 부담스러웠고 반 친구들이 A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속앓이를 하던 B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은 B의 엄마는 아이를 다독여 그간의 일들을 알아냈고 이번 일이 확대시킬 사건은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나는 다른 건 접어두고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이 뭔지 알고 있다는게 더 놀라웠다. A는 그 말이 자기와 계속 놀아주지 않는 B에게 놀림을 줄 수 있는 단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며 B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황했던 것이다. 의미를 몰랐다면 놀랄 일도 없었을테니 말이다.

일단 반 친구들이 자신을 오해하는 눈빛이 싫어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는 잘 다독여서 학교에 보냈다. 이럴 때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아이들과 더 사이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학교에 같이 가서 A에게 이전 일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말고 'B가 어제 왜 학교에 안왔는지 너는 알지?'라고 말하며 네가 이 일에 관여한 것을 B의 엄마가 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였다. 아직 저학년이라 엄마의 뒷 배경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가 숨기지 않고 말을 해서 큰 문제가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워낙 소심한 녀석이라 만약 숨기고 저혼자 속앓이를 했다면 스스로 아이들로부터 멀어지는 따돌림을 당했을지도 몰라서 B의 엄마는 속상해했다. 단순히 같이 놀아주지 않는 친구를 화나게 하려고 무심코 던지 말이지만 소심한 아이에게는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고 밧줄이 되어 스스로를 묶어버릴 수도 있다.

아직 저학년이기에 A도 B도 부모의 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만약 조금 더 커서 고학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이들이 부모에게도 다른 어른들에게도 터 놓고 말하지 못하고 문제가 커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따 문제로 아까운 목숨이 스러지고 아직도 여전히 죽음을 막지 못하니 학교에 아이를 보내 놓고 부모는 걱정과 근심에 가슴이 녹아내린다.

 

학교가 위험지역도 아닌데 아이도 부모도 선생님도 이제는 학교가 무서운 곳, 가기 싫은 곳이 되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