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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고려 도공의 인신공양으로 빚어낸 고려청자의 비색

 

고려 도공의 인신공양으로 빚어낸 고려청자의 비색

 

고려청자에 얽힌 설화

고려 말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최고의 청자를 빚는 도공들은 그 기술때문에 원나라에 조공으로 바쳐지기도 했다. 청자를 빚던 노인도 조공으로 원나라에 가게 될 처지였으나 일부러 두 눈을 멀게 하고 가지 않았다. 노인은 나이가 들자 자신의 기술을 물려줄 하나뿐인 수제자이자 사위를 뽑기로 했다.  

그래서 수남과 귀남이 발탁되어 청자 굽기를 시작했다. 3일을 꼬박 불을 때며 온도를 맞춰야 청자의 비색이 나오는 지라 두 사람은 신경이 예민해졌다. 하지만 불안해진 귀남은 청자의 비색을 얻기 위해 여자의 속옷을 불 속에 넣더니 죽은 아이의 송장까지 넣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귀남의 행동을 전해들은 수남은 혹시 자신의 정성이 부족해 청자의 비색을 얻지 못할까 불안했던 나머지 스스로 불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묘한 빛을 내는 청자였다. 수남을 짝사랑했던 노인의 딸은 청자를 가슴에 안고 바다에 뛰어 들어 수남을 따라갔다.

 

고려 도공의 집념과 열정

청자의 고유한 색깔을 내고자 심혈을 기울인 도공들의 열정이 담긴 설화이다. 설화 속 예술가들, 특히 도자기를 굽거나 쇠를 녹여 절의 종을 만드는 경우 탁월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고 난 천재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정성도 중요했다.

처음엔 스승의 수제자로 인정받고 그의 딸과 혼인할 수 있다는 사실로 시작했지만 점점 청자를 완성해 가면서 예술가적 기질이 표출되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하나뿐인 청자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게다가 경쟁자까지 있다보니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불안해졌다. 이젠 수제자나 혼인문제는 두번째이고 최우선은 '최고의 청자'가 목표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최고의 작품을 위해서는 사람을 불의 재료로 사용하는 '인신공양'이라는 말도 안되는 민간비법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를 불태운 도공의 간절한 혼이 전해진 탓인지 가장 영롱한 빛을 가진 청자가 탄생했다.

 

예술가의 혼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들의 욕심은 한가지이다. 세상 하나뿐인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말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그렇고,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가 그렇고, 연주하는 음악가나 조각이나 그림을 그리는 미술하는 예술가들이 그렇다. 얼마전에 보았던 블랙스완이라는 영화에서도 완벽한 백조를 표현하려는 발레리나의 무서운 집중력을 보았다. 예술가들은  죽기 전에 정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최고의 작품 한 점을 만들고자 피나는 고통과 인내를 감당한다. 죽음까지도 불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해서 얻게 되는 최고의 작품이 주는 정신적인 만족감 하나로 충분히 보상 받는 것이 예술가들인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목숨을 걸고 해 볼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실제로 목숨을 걸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열정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