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수능 당일 교통사고를 보고 - 단 한번의 수능기회는 어린 학생에게 너무 가혹하다

 

수능 당일 교통사고를 보고 - 단 한번의 수능기회는 어린 학생에게 너무 가혹하다

1년 여를 불안과 긴장감으로 준비하고 맞이했던 2013 수능이 끝나고 처음 맞는 주말이다.

 

한가한 시간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다 4수생이 한강에서 투신하려다 다행히 경찰의 신속한 조치로 미수에 그쳤다는 걸 보게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4시간를 걸어 양재에서 부터 던 그는 한강 다리 위에 있던 공중전화로 집에 '수능을 망쳤다'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아이의 신변에 위험이 닥친 걸 직감한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공중전화 위치가 한강 다리임을 확인하고 가까운 경찰차에 연락을 취해 다리 위를 걷고 있던 그를 발견하고 설득해서 부모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아이를 만난 부모와 아이는 한동안 부둥켜 안고 울었다는데 가슴이 울컥한다. 아이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조금 헤아려져 마음이 쨘하다.

 

66만명의 전쟁같은 하루

66만여명의 수험생이 전쟁같은 하루를 보냈다.

전국에서 그 많은 인원이 한 가지 열망을 가지고 비장한 모습으로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새벽에 선잠을 깨 아이 도시락을 싸는데 머리엔 오만가지 생각이 들쭉날쭉한다. 다행히 수험장이 가까워 걸어갈 거리인데 교문까지 같이 가줄까했더니 친구와 같이 가기로 했다해서 집 앞 큰 길까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으며 큰 길 사거리 횡단보도를 10미터 앞두고 걸음 속도를 늦추는데 바로 눈 앞에서 불법 유턴하던 차량과 직진하던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를 목격했다. 차량의 파편들이 신발 근처까지 날아오고 돌던 차량은 한바퀴 돌아 횡단보도 근처 가로등에 부딪히며 멈추고 직진하던 차도 요란한 스피드 마크와 함께 멈췄다.

교통정리하던 경찰도 횡단보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난 너무 놀라 얼음처럼 서 버렸다. 가로등에 멈춰선 차 안에 있던 사람이 걱정됐지만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문이 열리더니 아저씨 한 분이 내리고 조금 후에 뒷문이 열리고 긴머리 여학생이 뒤통수를 만지며 내린다. 가방을 멘 모습이 수험생 같았다. 보험사에 전화하는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수험장 가는 길을 잘못들어 급한 마음에 유턴을 하려 했던 모양이다. 경찰과 피해 차량에 연신 허리를 굽실거린다.

"엄마, 나 가야돼."

너무 놀라 경황이 없어 신호등이 바뀐 걸 미처 몰랐다. '어, 그래 잘 다녀와.' 말을 하면서 건너가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절부절하는 여학생을 보았다. 내 아이처럼 걱정이 앞선다. 시험이 한 시간도 안남았는데 사고를 당한 학생은 얼마나 놀랐을 것이며 부주의한 아빠는 또 얼마나 미안할 것인가 말이다. 놀란 마음도 몸도 추스리지 못하고 당장 시험장으로 가야할텐데 제 컨디션이 아니니 시험을 제대로 볼지 걱정이다. 아무쪼록 시험을 잘 치뤘기를 바란다.

 

단 한번의 수능이 주는 압박감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감으로 작용할지 어른들은 얼마나 알까?

다 이해한다, 나도 겪었다 하지만 그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주사를 처음 맞아보는 또는 이미 한두번 맞아봐서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뇌리에 박힌 아이에게 주사에 대한 고통과 공포를 이해한다고 위로해도 안먹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능점수가 인생을 결정짓지도 않고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 살아보니 욕심을 내려놓으면 이런 것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고된 세상살이를 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게 대부분이 가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은 창피스럽기도하고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마치 단체에서 낙오되는 것 같은 상실감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저 혼자 감내하고 감당해야만 한다.

몇 해 전 수능을 두번보게 하자는 말이 있었다.

대찬성이다. 1년에 단 한번 수능을 보는 건, 여러가지 이유로 그 한번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에게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너무 가혹하다. 모의고사대신 수능의 기회를 한 번 더 주었으면 좋겠다.

1년에 두번 치르는 수능이 행정상 어떤 무리가 있을지 잘 모르지만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어른들이 감내해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