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2013 수시 논술 보는 날, 3년 간의 대장정 그리고 이제는 진인사대천명

 

2013 수시 논술 보는 날, 3년 간의 대장정 그리고 이제는 진인사대천명

어제 내린 비로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두툼하게 옷을 입었는데 얼굴에 부딪치는 아침 공기는 산뜻하기는 커녕 칼바람처럼 옷깃을 파고 든다. 찬 기운 탓인지  붉은 단풍도 하룻밤 사이에 새빨갛게 얼어버렸다.

 

 

짧게 보면 3년간의 여정이었지만 길게 보면 12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이제 그 마지막 레이스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기 위해 남은 힘을 다 쏟아부은 아이에게 무한의 격려를 보낸다.

워낙 표현에 미숙한 녀석이라 그동안 감정 표현을 잘 안하더니 지난 여름부터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를 안타깝게 만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와 격려의 말 밖에는 달리 해줄 것이 없어 보는 것도 속상했는데 나름 위기를 잘 넘기고 마무리를 잘 해주었다.

 

 

3년 전 고등학교 입학하고서 1년동안 학교적응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1학년이 마무리될 때 쯤에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문제라 스스로 해결하려 티를 내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부모로서 무심함과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2학년에 올라가더니 제자리를 찾았다해서 안심되었었다. 3학년에 와서 1년만 고생하고 노력하자 했지만 말처럼 쉬운게 아님을 뼈저리게 통감한다.  

아이들은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모들은 밖에서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느라 2시간 여를 찬 바람을 맞으며  기다린다. 사람이 해야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 논술을 마치고 나온 아이에게 그동안 애 많이 썼다.

 

 

이제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말했더니

"진인사는 잘 모르겠고 대천명만 해야지." 라고 말해서 한바탕 같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