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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중종반정을 가져온 저두의 행운, 장순손과 연산군에 얽힌 돼지머리 이야기

 

중종반정을 가져온 저두의 행운, 장순손과 연산군에 얽힌 돼지머리 이야기

저두(돼지머리)의 행운

연산군시대 때 장순손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코가 심하게 들려 돼지처럼 생겼다하여 '저(돼지)두(머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생김은 못났어도 인생은 순탄했다. 과거에 급제하고 조정에 나아가 나라를 위한 일을 하였는데 1504년 연산군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고향 상주로 부처되었다.  

 

그곳에서 산홍이라는 기생을 알게 되었는데 얼마 뒤 산홍은 채홍사(연산군의 지시로 미모를 지닌 여인을 찾아내어 궁으로 보내는 사람)에 의해 궁으로 들어갔다.

연산군이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데 산홍이 웃음을 터트리자 연유를 물었고 산홍은 돼지머리를 가리키며 장순손의 이야기를 하였다. 연산군도 잘 아는 장순손이었지만 순간 비위가 거슬려 당장 장순손을 잡아오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다 잠시 후 다시 사람을 시켜 붙들려 오는 장순손을 아예 처형하고 목만 베어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천운이었을까 잡으러 간 사람과 처형하러 간 사람의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장순손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중종반정이 일어나 다시 조정에 복귀되었다. 돼지머리를 닮은 그의 얼굴이 행운과 복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닐까?

 

고사상의 돼지머리

고사상에는 떡, 과일, 포, 그리고 중요한 돼지머리가 올려진다.

 

 

붉은 팥으로 만든 시루떡과 제철 과일,그리고 실을 묶은 포와 막걸리가 주요 상차림이다. 절을 하고 나면 준비한 제문을 읽는다. 유세차~로 시작하여 언제 누가 무엇을 하는데 잘 보살펴 주십사하는 당부의 말을 하고 상향~으로 끝을 맺고 제문은 태워 날린다.

마을의 안녕을 빌거나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 돼지머리를 상에 올리고 고사를 지낸다. 고사상에 올려진 미소짓는 넙대대한 돼지머리는 '부와 행운'의 상징으로 고대때부터 있어 온 풍습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죽은 사람의 양식으로 돼지머리를 상에 올려놓고 죽은 이를 기리고 자신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을 빌었다고 한다. 

여러 가축 중 하필 왜 돼지를 이용했을까?  이러저러한 전설이 전해지지만  현실적인 이유는 귀한 소보다 비교적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게다가 돼지 입에 돈을 물려주는 모습은 현대에 와서 나타난 것인데 이는 행복이나 안전보다는 돈을 앞세우는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