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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사회 생활이 만만하더냐 - 고3 백수의 알바 체험

 

사회 생활이 만만하더냐 - 고3 백수의 알바 체험

수능이 끝나고 며칠 학교를 나가더니 수능 성적표를 받고 나서는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조기 겨울 방학에 들어간 고3.

 

 

고3 백수의 일상

수능만 끝나면 2박 3일 잠만 실컷 자고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고 하더니 잠은 실컷 자는데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동안 관리 하지 않던 레고의 먼지를 털고 닦고 재정리를 하고 작심한 교과서들을 싹 치워버렸다. 휑한 책꽂이가 시원 섭섭한데 정작 본인은 후련하기만한 모양이다.

 

▲ 난 백수야, 할 일이 없다

살빼기 위해 헬스장 이용권을 접수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해서 동네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중 성인 피아노반에 접수를 했다. 남는게 시간이니 무엇인들 못하랴마는 그럼에도 따분한 모양인지 알바를 하겠다고 나섰다. 며칠 인터넷을 뒤지는데 조건에 맞는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몇 번 전화를 했지만 벌써 임자가 있다고 퇴짜 맞기를 하더니 이것도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며 혀를 찬다. 그러더니 드디어 알바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대가 야간이라 걱정스러워 만류했지만 천원 더 주는 시급에 혹해서 결정을 해버렸다고 한다.

"돈을 많이 주면 그만큼 고된 일이라는거야. 한 번 더 생각해봐"

하지만 이미 몇 십만원의 한달치 알바비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리고 다시 알바를 구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출근(?)을 감행했다. 겨울용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박스를 포장하는 일인데 8시간 동안 서서 박스를 포장하고 정리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초보가 하기엔 시간도 너무 많고  밤시간대라는 것도 걸렸지만 고집스럽게 나가버렸다.

 

난생처음 해보는 사회생활

첫 날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지만 다음 날 아침 근육통이 조금 온다고 했다. 갑자기 안하던 일을 하느라 그런 것이니 며칠은 아플거라 말해주었다. 다음 날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거니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가 들려온다. 계속 연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통화가 안되었다.

일이 끝나는 시간에 집에 오고 있다는 전화에 대고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 라고 물으니 일할 땐 꺼 놓는다고 했다. 사장님의 지시냐고 물으니 아니라며 원래 일할 땐 꺼야 하는거 아니냐며 되묻는다. 신통하기는 하다만 궁금한 내 심정도 알아야지.

1주가 되자 약간 몸살을 앓으며 힘들어 하는게 보였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아무래도 8시간 근무는 무리라 시간을 줄여야겠다며 사장님께 말씀드리겠다고 한다. 그게 좋겠다며 대화를 나누는데 그동안 저녁식사도 입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기 싫은 일도 해보고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야하는게 사회야. 힘들면 그만둬." 라고 슬쩍 눈치를 살피니 시간만 줄이고 계속 해보겠다고 한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줄여서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야간 작업이라 택시비가 주어지는데 아끼느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땀방울이 담긴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나 뭐라나, 아니 그럼 그동안 부모가 준 돈엔 땀방울이 아니라 물이 들어 있더냐!

 

그 동안 머리 쓰는 공부만 하느라 몸의 활동량은 적었으니 몸쓰는 일을 하는게 균형을 잡아주는 측면에서 좋다만 능력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 머리를 쓰는 것이든 몸을 쓰는 것이든 과욕은 화를 부르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매일 오후 일(?)나가는 고3 백수! 돈 많이 벌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