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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안과에 갔다가 무병장수의 비밀을 엿듣고 오다

 

안과에 갔다가 무병장수의 비밀을 엿듣고 오다

특별히 장시간 외출을 한 것도 아니고 눈에 자극을 준 것도 아니고 눈이 아프거나 시력이 저하되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아침에 딸아이가 내 얼굴을 보더니 눈에서 피가 난다고 화들짝 놀란다. 그제서야 거울을 보니 검은 눈동자로부터 피가 흘러 흰자위 부분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내심 놀랐지만 딸아이가 더 놀라는 것 같아서 "괜찮아, 이따 병원에 가볼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시간이 지나면 혹시 나아지지 않을까 지켜보다가 오후 늦게 병원을 찾았다. 월요일임에도 환자가 없어 한적했는데 병원 내부가 오래된 병원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접수와 동시에 진찰실로 들어가니 연배가 조금 들어보이는 안과 선생님이 검사기계에 이마를 대라고 하시더니 이것 저것 검사를 하셨다.

 

잠깐 밖으로 나와 눈에 바람을 불어 넣은 검사까지 했다. 안과에서 이런 검사를 한적이 없어 무엇을 하는건지 정확히 몰랐다. 이상이 없다는 간호사의 말을 전해 들으신 의사 선생님은 그제서야 설명을 시작하셨다.

"눈에 피가 난 적이 이전에 또 있었나요?

당뇨나 고혈압약을 드시고 있나요?

눈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셨나요?

녹내장이나 백내장은 아니구요 시력과 안압도 정상입니다. 출혈의 원인은 스트레스일 수도 있으니 휴식을 취하세요.

걱정할 정도의 증상은 아니니 약 먹고 안정을 취하도록 하세요."

여기까지 듣고 '감사합니다.' 대답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의사선생님의 설교(?)가 이어졌다.

 

안과에서 배운 인생의 비밀

"눈 건강에 뭐가 제일 좋은지 아세요?

바로 음식, 친구, 취미인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적게 먹는다.  마음 터 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다. 이거 3가지면 병원 안 가고 장수할 수 있어요.

누가 가장 불행한지 아세요?

박근혜, 문재인 이런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 스트레스 무지하게 많은데다 사방에 마음 줄만한 사람도 없고 취미같은 것도 없어요. 부자면 뭐하고 권력이 있으면 뭐해요. 몸고생 마음고생만 할텐데. 그런데 사람들이 이 쉬운 걸 모르고 그저 약만 먹고, 비싼 음식이면 다 좋은 줄 알고...... "

아.....선생님이 오늘 오전에 못하신 말씀을 다 하시려나 보네....이걸 어쩌나....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점점 내용이 삼천포로 빠지는것 같아서....어찌 해야 자연스럽게 이 상황을 종료시키나....

나는 나대로 딴 생각을 하며 건성건성 대답에 고개만 끄덕거리면서 중간에 치고 들어 갈 타이밍을 찾느라 눈치를 살폈다. 줄기세포의 부작용과  비타민 과다복용에 대한 말씀을 하시던 중 드디어 잠깐 한 눈늘 파는 것이 포착되어 "말씀 잘 들었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고 병원을 나섰다. 

안과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정답이다.

 

'건강한 음식, 절친한 친구, 재미를 주는 취미' 언뜻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않다.  자의든 타의든 건강한 음식만 고집할 수도 없고, 네마음이 내마음이라고 할만큼 가까운 친구를 한 명 만들기도 어렵고, 오로지 나만의 여가를 위해 시간을 내기엔 일상이 너무나 빡빡하기 때문이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듣는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 일면 죄송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잠시 잊고 있던 건강 상식을 다시 일깨워 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