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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한파 속 어머니를 보내드려야했던 친구를 위로하며

 

한파 속 어머니를 보내드려야했던 친구를 위로하며

올초에 시아버님 건강이 악화되서 잘못되시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에 가족들이 돌아가며 밤을 새웠었다. 다행히 호전되어 지금은 건강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여든을 넘기신 연세에 병원 입원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건강한 체질이셔서 잘 이겨 내셨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들께서 한분씩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파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시댁과 친정 어른들 모두 걱정이다.

10월에는 후배의 친정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11월에는 지인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2월에는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중학교 1학년때 같은 반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청소년기를 보냈었다. 종가집 맏며느리셨던 친구 어머님은 보름달같은 얼굴에 반달같은 눈웃음으로 항상 나를 반겨 주셨던 기억이 난다.

학교 가는 길에 친구 집에 들러 같이 학교에 가고 집에 갈 때도 같이 가고 숙제도 같이 하고 시험때는 친구네 집에서 밤새워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고구마를 삶아 넣어주시거나 누룽지를 튀겨 설탕을 뿌린 누룽지 과자를 넣어 주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중3때 갑자기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친구네 집 대문에 걸린 장의사 등을 보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3년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린 동변상련으로 더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사를 하게 되어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것은 하지 못했다.

친구의 언니들 결혼식에서 뵙고 친구 결혼식에서 뵙기만 했고 친구를 통해 안부를 듣는게 전부였는데 5년 전부터 심한 관절염으로 문밖 출입을 못하신 채 지내시다가 최근에 암을 발견했지만 체력저하로 수술도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영정 속에서 어머님은 예전의 그 반달같은 눈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시는 듯 웃고 계셨다.

검은 한복을 입은 친구는 마른 몸이 더 말라보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날 새벽에 친구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한파 추위 속에 발인을 하였다. 친구는 이런 추위에 엄마를 보내드려야 하는 걸 가슴아파했지만 나는 행여 친구의 몸이 축나지 않을까 염려되어 단단히 챙겨 입으라고 말해주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까 ....

 

올해는 지독한 한파가 기승을 부릴 것이며 눈도 많이 온다고 기상청이 예보하더니 겨울 초반에 벌써 영하 10도 이하의 날이 많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 연로하신 분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여지가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외할머니께서도 추운날 외출하셨다 돌아오셔서 따뜻한 아랫목에 누우셨다 뇌출혈이 일어났고 자리보전하시다 돌아가셨었다. 

가족 중에 연로하신 분이 계시다면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고 건강체크도 자주 하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