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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서리풀 근린공원 산책길 - 강남고속터미널에 가면 깊은 산 속에 몽마르뜨 공원이 있다

 

서리풀 근린공원 산책길 - 강남고속터미널에 가면 깊은 산 속에 몽마르뜨 공원이 있다

루 종일 흙길 한 번 제대로 밟을 기회가 없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공원에도 가보지만 공원도 점점 우레탄으로 만든 길들이 흙길을 덮어버린다. 도대체 흙길을 밟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시골로 매번 가기도 힘든데.....  서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산책길, 그 중에서도 흙으로 된 길을 찾아 나섰다.

 

그 길은 바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서리풀 근린공원 산책길.

 

 

고속버스터미널 3번 출구를 나서면 성모병원으로 건너가는 구름 다리가 나오고 그 끝에 서리풀 근린공원의 입구가 바로 있다.

얼마 전 친구의 모친상때문에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왔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밤이라 주변을 살필 상황이 아니었지만 낮이었다해도 내 눈에 띄일만한 곳은 아니다. 수십번도 더 넘게 지나다녔건만 생각하는 만큼만 보인다고 여유없이 지나 다녔으니 내 눈에 띄었을리가 없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을 밟으며 비밀의 장소를 발견한 들뜬 기분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원 속으로 들어갔다.

동산보다는 높은 듯한 공원은 살짝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늦은 출발 때문에 해는 어느 새 마뭇가지 사이로 금방 넘어갈 듯 걸쳐있다. '산 속에서는 해가 금방 진다더니 깜깜해지면 어쩌지?'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강남 한복판에서 했다.

 

 

산책길 초입부에는 운치있는 벤치가 비치되어 있어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가져보라고 한다.

강남성모병원과 대단지아파트 사이를 가로 지르며 오르막길을 가노라니 진작 이런 곳을 발견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봄, 여름, 가을의 한자락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하필 왜 이 한겨울에 왔을까하는 아쉬움을 또 든다.

겨울 정취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산에는 푸르름이 무성해야 제맛이니까.

 

누에고치 다리가 성모병원과 몽마르뜨 공원을 연결하고 있는데 몽마르뜨 공원에 걸맞는 예술적인 다리가 인상적이다.

몽마르뜨 공원, 기대에 부플어 몽마르뜨 공원에 한발을 들여놨는데 역시나 겨울이라는 계절이 아쉽다. 가난한 화가가 한 명쯤 있으려니 하는 상상도 감히 해봤는지만 울창한 나무도 없고 햇빛마저 차가워서인지 운치 있는 공원의 이름과 달리 공원은 썰렁해 보인다.(봄이나 여름에 꼭 와야지 다짐)

 

서울에 있는 근린공원은 그저 나무 몇그루에 농구장이나 미니 축구장정도에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자그마한 동산을 이용한 멋진 숲 속길이 있는 근린공원이 곁에 있었는데 여태 모르고 지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당장 10분의 휴식시간을 내기도 여의치 않은 도시에 살지만 어쩌다 산이 그리워질때 혹은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강남고속터미널로 가면 된다.

버스로 갈아타지 않아도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고요한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