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평생직장과 평생직업

 

 

변화된 직업관

1980년대에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한번 들어간 직장이 평생직장이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처음에 들어간 화사에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그 아이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손주가 생길즈음 정년퇴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10년 20년 근속은 흔했고 30-40년 장기근속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와 생사를 같이하려는 직원도 없고  끝까지 직원을 지켜주려는 회사도 없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를 내밀지 않으면 혹은 싸인을 하지 않으면 바로 관계는 끝이 난다.

80년대 이전, 회사내 주요 행사시 윗분들의 말씀(?) 가운데 빠지지 않는 내용이 '가족같은 분위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장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던것 같다. 직원은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회사는 직원을 가족처럼 지켜주자는 한국 고유의 기업 정서는 회사를 키우고 직원들의 처우도 좋아지는 '윈윈'을 이루어 내었다.

간혹 부작용으로 의도적인 다수에 의해 개인의 개성은 묵살당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다수를 위해서 또는 단체를 위해서 당연하고 정당하다고 생각했었다.

 

 

 

평생직장은 이젠 신화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에서 우승을 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을 낮추고 팀웍을 높이는 소감이다. 단체 경기이지만 사실 개인기가 우수한 선수 한두명이 우승에 직접적인 견인차 역할을 했음을 다 알고 있지만 항상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승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단체의 결속을 다지고 겸손함이 미덕인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개인에 대한 칭찬이나 자기PR은 '금기'처럼 여겼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직장인들은 개인차는 오로지 근무년수에 따라 차등화되는거지 능력이 좌우하지 못했다. 오래 다니면 무리없이 승진하고 급여가 올라가는 시스템을 가진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근무하던 회시에서 신입사원이 오면 일을 가르쳐 주는 선배들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비본이 선생이다"

네 마음대로 하려하지 말고 전에 했던 걸 견본으로 해서 똑같이만 하라는 것이다. 일을 가르치는게 귀찮아 그랬는지 아니면 변화를 싫어하는 나이 든 상사를 위한 배려였는지 잘 모르지만 선배말을 따라 비본을 선생삼아 일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크게 사고치는 경우없이 조용한 신입시절을 보냈었다.

당연히 내 후배도 그리 가르쳤다. 바꿔보자는 생각조차도 안했고 너무나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거라 소심한 내가 나서 바꿀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었다.

 

평생직업의 필요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가족같은 회사는 직원을 버렸고 직원들은 더 이상 회사를 위한 희생에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생겨난 말이 '평생직업'이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직업은 있어야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지금은 다 알지만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적어도 50대 이후에는 지금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효율성이 떨어지는건 지나친 인정에 얽혀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같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에 대해 비밀이 많아지고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직장 분위기가 더 효율적이라는 말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회사가 바라는 경제적인 효율성만 높아졌지 상대적으로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