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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 아버지의 깃발' - 내가 전쟁터에서 목숨걸고 싸운 이유는 전우를 위해서였다

 

영화 ' 아버지의 깃발' - 내가 전쟁터에서 목숨걸고 싸운 이유는 전우를 위해서였다

'트라우마 :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전쟁이나 천재지변 화재,폭행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을 말한다.'

군인들의 전우애는 일반적인 우정보다 더 끈끈하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사선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그가 죽을 수도 있었고 내가 그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고 둘이 같이 죽을 수도 있었던 전장의 군인들, 그들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아버지의 깃발'

노구의 아버지는 자주 악봉에 시달린다. "위생병!" 을 부르는 소리에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찾을 수가 없다. 애타게 부르는 그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도무지 소리의 방향을 찾을 수가 없어 괴로워하다 잠을 깬다.

1944년 일본의 이오지마섬 탈환 작전에 아버지는 위생병으로 참전했다.

당시 미국은 오랜 전쟁으로  군수물자도 부족하고 나라도 사람들도 지쳐가던 시기였다.  일본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작전이라 많은 군인들과 군함 등 최대의 전력이 동원되었지만 일본의 치밀한 저항에 미군들의 피해도 점점 늘어갔다. 철저한 위장술로 숨어서 해변으로 상륙하는 미군들을 향해 기습 공격을 하는 일본군과 한달 이상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드디어 섬의 꼭대기에 성조기를 꽂게 되었다.

그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발단이 되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얻은 승리에 미국 정부와 시민들은 환호했고  정부는 이번 승리를 이용해 모금운동을 벌여 군의 부족한 재정을 메꾸려는 계획을 세였다.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꽂는 사진에 찍힌  군인들 3명을 착출해 영웅으로 만들어 미국 전역을 돌며 각종 모금행사에 참여시켰다. 대대적인 행사에 참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원래 사진의 주인공들은 이미 죽었고 이들은 교체용, 그러니까 두번째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군과 정부는 모금을 위해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고 자의반 타의반 이들도 굳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만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행사도중 그는 전쟁터로 돌아갔고 남은 둘은 끝까지 행사에 동원되었다. 하지만 스스로와 전우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만들어진 영웅들은 초라했다.

 

 

 

내가 싸우는 이유는? 조국 아니다 내 옆의 전우를 위해서

'전우애'란  전쟁을 겪으며 다져진 그들만이 느낄수 있는 인간적인 마음이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지내는 동안 쌓은 인간적인 신뢰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 놓기도 한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전우때문에 내가 살았다는 죄책감, 그래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자는 더 괴롭다.

내가 잘못해 전우가 죽은 것 같고 그의 공적을 가로챈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 특히 여기저기서 위생병을 불러대던 목소리들이 환청처럼 괴롭히니 밤마다 잠들기가 무섭다. 나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나?  지금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위생병이었던 아버지가 평생 고민했을 내용이다.

'애국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전쟁터 밖의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오로지 나라를 위한 애국심에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말하지만 전쟁을 겪은 노구의 신사는 '정말 그들이 죽기 직전까지 나라만을 생각하며 싸우다 죽어갔을까? 그건 아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는 곁에 있는 전우를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아니 적어도 위생병이었던 아버지는 그랬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전쟁이 주는 참혹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하지만 전쟁을 부추기고 야기시키는 이들은 그 참혹함 속에 있지 않다. 그들은 전쟁을 이용하기만할뿐 실제 최전방에서 싸우는 군이들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병의 말처럼 죽지 않기 위해 싸우고 전우를 살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 실제 전쟁터의 실상일지도 모르겠다. 죽은 이와 살아남은 이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