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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욕심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다면

 

욕심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다면

 

딸아이가 대대적인 방정리를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요일 반나절을 자기방에서 뒤집어 놓은 짐들을 정리하느라 애를 썼다. 그 작은 방에서 안입는 옷이 한가득 나오고 책도 한무더기 나오고 이것저것 버려야 할 것들이 대량방출되었다.

나는 딸아이가 내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다시 쓸만한 것들을 골라 내었다. 하지만 다시 그것을 쓸지는 의문이다. 허리를 두드리며 방에서 나온 딸애가 한마디 한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나봐, 욕심을 버릴려니 힘이 더 드네."

갑작스런 딸애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의미가 있는 말이기도 해서 쓰레기를 뒤지던 손을 잠시 멈췄다.

'욕심 버리기'

 

 

 

 

버릴 수 없는 욕심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인의 아이가 예중을 목표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전공을 위한 피아노 교습이 아니었는데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 상의 후 전공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래서 한단계 높은 교습을 받고자 레슨선생님을 소개받아 상담을 다녀왔고 간단한 테스트 후, 솔직히 예중을 못갈 수도 있으니 일반학교 진학도 고려하라는 말과 함께 새로운 선생님과 레슨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몇회 레슨이 진행되지도 않아 손가락 사용이 원활치 않아 손가락 사용부터 배워야겠다며 한마디 하신 모양이다. 7년정도 피아노를 배웠는데 아직도 손가락 사용이 원할치 않다는 말에 엄마는 속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이 말이 전에 가르쳤던 학원선생님 귀에 들어갔고 선생님은 이 아이는 예중을 갈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며 목표와 기대치를 낮추고 천천히 장기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했다. 엄마는 아이가 출중한 실력은 아니지만 기본기는 있으니 레슨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 예중도 가능하리라 믿었는데 어이없는 결과에 고민에 빠졌다.

'7년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버리자니 너무나 아깝다'

이것이 엄마의 발목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레슨 선생님의 말처럼 '확 덤벼들지 않는' 무덤덤한 아이의 열정에 화가 나고 이제와 목표를 수정하라는 학원선생님에게도 화가 나고(그렇다면 새로운 레슨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지 말든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

 

 

욕심은 쓰레기처럼 버려야

 

"애는 뭐라고 해?"

"걔가 무슨 말을 하겠어, 아무 말 못하고 엄마 결정에 따른다 할 밖에. 결국 내가 문제지.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옆에서 지켜보는 제 3자는 아이의 뜻이 아니라면 무조건 그만둬야지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몇 번 수상경력도 있고 나름 테스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며 매번 매순간 아이가 나의 기대치에 맞춰주길 바라며 애를 태웠으니 말이다. 딸애의 말처럼 쌓아두었던 욕심을 버릴 때는 힘이 더 든다.

그걸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데 나의 손은 버린 욕심을 다시 주워들이고 있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