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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화이트데이 사탕을 산 아들녀석의 꿍꿍이

 

화이트데이 사탕을 산 아들녀석의 꿍꿍이

우리나라만큼 기념일을 명절마냥 챙기는 나라도 드물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이,지위,성별을 막론하고) 애정표현이 서툰 민족(?) 이기에 이런 특별한 날에 겉으로 드러나는 애정표현을 하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그 대상이 두루두루 넓게 퍼졌으면 좋겠는데 한정적이다보니 아쉽다.

결혼전에는 2월14일에 쵸콜릿을 주고 3월14일에 사탕을 받으며 알콩달콩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즐겼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기혼자들은 다 공감하듯이 쵸콜릿이나 사탕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알기에 안주고 안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딸아이가 아빠와 남동생 몫의 쵸콜릿을 항상 준비하니 그냥 넘긴 적은 없었다. 3월14일에는 남편이 빵집에서 산 사탕을 딸과 나에게 나눠주며 빚(?)을 갚았는데 아들녀석은 쵸콜릿을 받기만했지 한번도 사탕을 준비한 적이 없었다.

 

 

 

아들녀석의 꿍꿍이

3월14일, 집에 들어가니 아들녀석이 책상 앞에 앉아있길래 지나가는 말로

"사탕 안주냐?" 했더니 슬금슬금 책상 밑에서 편의점 봉지를 꺼내며 보여주는데 꽤 많은 사탕이 있다.

"웬일이야? 이거 누나하고 나눠 먹으라고 주는거야?" 그리고 작은 선물상자가 3개가 눈에 띄었다.

"여기 담아주려고, 아유 몰랐네, 기다릴게, 포장 다 하면 불러." 말을 끝내고 나가려니

"아니....엄마는 사탕 한 개만 가지세요......선배님들 드릴거라 모자라서......"

'퍽' 아들의 뒷통수를 쳤다.

"이느무시키야 만드는김에 하나 더 만들면 되지 내꺼를 빼"

 

나를 와락 안으며 정말 죄송하다며 대학 새내기로서 험한 세상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사탕 선물을 만드는 본인을 이해해 달라고 한다. 실실 웃는 놈에게 1년 뒤 어찌하나 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는데 식탁 위에 있던 아빠가 사 준 사탕을 보더니 사탕이 모자르니 몇 개만 꿔 달라고 한술 더 뜬다.

"이늠시키가! 뭐, 주지는 못할망정 벌써부터 엄마거를 빼내서 딴데 퍼 준다구, "

방 바닥에 주저앉아 사탕 박스를 포장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한 대 더 때려줄까 하다가 뒷통수가 이뻐서 참았다.

 

아들아! 너 이러면 안된다. 내가 너 고3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니? 이러면  상도에 어긋나는거야. 부모 자식간에도 give & take 가 있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거란다. 엄마는 한번은 참아줄 수 있다만 두번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