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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서울성곽길 3코스 -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의 북악산 성곽길

 

서울성곽길 3코스 -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의 북악산 성곽길

서울을 말할 때 '사대문 안'이라는 표현은 옛날 임금님이 계시던 궁궐을 둘러 싼 동서남북의 큰 대문의 안쪽을 말한다. 

사대문 안은 임금이 계시는 궁궐이 있는 자리이니 풍수지리상으로 볼 때 가장 기운이 좋은 자리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은 많이 달라진 청계천이 앞으로 흐르고 뒤에는 북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조선의 도읍지 한양의 북악산 성곽길에서 서울을 내려다 보았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대학로 방향으로 가면 높게 세워진 혜화문이 보인다.

높은 축대 위에 세워진 문이라 앞만 보고 다니는 도시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혜화문을 따라가면 주택가 담장이 되버린 옛 성곽을 가까이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서울 과학고등학교를 지나면 잘 조성된 성곽길로 접어드는데 그 밑으로 보이는 서울시내 전경이 가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말바위 안내소는 3시까지 도착해야만 하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도 사실 상당히 힘이 많이 들었다.

경사도가 심하고 눈이 녹지 않고 굳어서 얼음이 된 곳이 많아 길을 성큼성큼 나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음을 .....

 

중국의 만리장성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험준한 산등성이와 산허리를 잇는 성곽은 굉장히 놀라운 모습이었다.

북악산 암벽의 정상을 넘어 이어지는 모습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올만큼 말이다.

성곽을 쌓은 돌덩이의 크기와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었을 당시 동원된 민초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찡하다.

장비도 기술도 변변치 않던 시절, 한여름 뙤약볕과 한겨울 칼바람에 등을 짓누르는 돌덩이를 지고 이고 얼마나 힘이들었을까.

 

500년전 성곽길에서 내려다보는 현재 서울의 모습은 넓은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 왕복 10차선의 대로와 함께 저 너머 어렴풋이 한강까지가 다 보인다. ( 사진 촬영 금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내가 보아도 한양은 지리적으로 좋은 자리임이 눈에 보인다.

북악산 반대편으로 보이는 종로구 일대와 강북구 일대도 마치 산 속에 묻힌 것처럼 보인다.

 

서울성곽길 중 가장 험난할 것 같은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의 성곽길, 임금님이 계시는 경복궁을 지켜야하니 그 어느 성곽보다도 더 튼튼히 쌓아야했을 것인데 지형지세가 험준해 이 성곽을 쌓은 사실이 대단하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눈물과 목숨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성곽길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