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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숙맥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숙맥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매우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을 가르켜 '숙맥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서 숙(菽)은 콩, 맥(麥)은 보리를 뜻한다. 그런데 어째서 숙맥이란 뜻이 바보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을까? 

 

 

콩과 보리는 모두 밭곡식이지만 모양이 완전히 달라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에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숙맥이라는 말의 유래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주자의 형'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으니 정말로 주자의 형이 그런 바보였을지 궁금해진다. 

 

숙맥불변의 유래

주자는 진나라 왕을 지낸 도공의 다른 이름이다. 주자는 원래 서열상 왕이 될 수 없었는데, 그의 형이 아둔한 관계로 신하들의 추대를 받아 왕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얘기고 '주자의 형'이 왕이 되지 못한 이면에는 또 다른 얘기가 있다.

당시 진나라에는 왕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권력다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서 일단의 신하들은 진나라 왕 여공을 시해하고 양공의 증손자인 주자를 왕위에 앉혔다. 주자에게는 몇 살 위의 형이 있었음에도 서열을 무시하고 불과 14살 어린이를 왕으로 앉힌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쿠데타 세력들은 "주자에게는 형이 있는데 지혜가 없어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했으므로, 왕으로 세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춘추좌씨전』에 실린 '불능변숙맥(不能辨菽麥)'이 변해 '숙맥불변(菽麥不辨)'이란 말이 생겼고, 이것이 다시 '숙맥'이 된 것이다. 여기서 변(辨)은 구분하다의 뜻이다.

 

 

 

그렇다면 주자의 형은 정말 숙맥이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주자의 형이 정말로 어리석었다면 쿠데타 세력들이 굳이 서열을 무시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주자를 왕으로 앉히기보단 주자의 형을 옹립해 국정을 멋대로 농락하는 게 더 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주자의 형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왕의 자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바보 노릇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