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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여자나이 50대에 암이 찾아 왔다면...

 

여자나이 50대에 암이 찾아 왔다면...

 

갑자기 찾아온 병

나이가 어릴 땐 몸이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도 귀찮았고 며칠 쉬고 나면 금방 나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며 실제 회복도 빨랐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아프니 또 병원에 가지 않게 된다.

가족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재촉하던지 손끌고 가던지 하지만 정작 내가 아프면 가지 않는다. 혹시 큰 병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큰 병이 걱정되면 병원에 빨리 가야하는게 맞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우려가 현실이 될까봐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

전업주부인 그녀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입원을 했다. 암이라는 것이 그 한 단어만으로도 겁나는데 얼핏 듣기로 갑상선암은 비교적 위험 수위가 낮은 암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어 귀를 쫑긋 세우지는 않았다. 그래도 암인데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특별한 증상은 없었고 단지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가 갑상선암이 이야기가 나와서 한번 건강검진을 받아보라는 말에 검진을 받았는데 2차 검진 후 진단을 받았고 부랴부랴 입원을 하고 수술날짜를 받았다고 한다.

걱정스런 마음에 병문을 갔더니 의외로 담담한 표정의 그녀는 이미 감정 절제를 잘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병원에서도 다행히 전이가 되지 않았고 수술만 잘 받으면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그것만도 천운이라 생각한다고.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 다른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이 50이 주는 허무

그리고 이어지는 화제가 '보험'이었는데 오래 전에 가입했던 보험 덕분에 병원비며 다른 비용은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녀는 갑상선암도 거액의 진단금을 받을 수 있었던 시기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병원비로 인한 고통은 없으니 그 또한 다행이다. 암환자여도 아줌마 본성은 그대로라 입원실부터 다른 치료비까지 돈을 안쓰려고 하는데 남편과 시어머니의 설득으로 특실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있으니 더 심심하다나 이런....

보험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준다해도 50대의 나이에 찾아온 암은 그것이 가벼운 암이라도 해도 죽음과 연결지어지기 때문에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손이 많이 가야하는 시기도 아니니 다른 걱정은 없지만 그 나이에 홀로 병실에 누워 지나간 시간과 세월을 생각하면 서러움이 몰려들 것이 뻔하다. 대한민국 50대의 주부치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았을 사람은 별로 없기에 밀려오는 허무와 억울함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0대의 여자에게 찾아 온 암, 그녀도 가족도 병원문을 나설때는  새로운 가치를 가진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 그녀가 덤덤한 마음으로 끝까지 암을 이겨내기를 바라며 이참에 찜찜했던 증상으로 나를 괴롭히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다녀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