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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눈 부신 햇빛 사이로 봄이 내려 온 현충순례길 -동작동 국립현충원

 

눈 부신 햇빛 사이로 봄이 내려 온 현충순례길 - 동작동 국립현충원

 

유난히 올 봄은 서울 거리에 이렇게 벚꽃이 많았나 싶을만큼 화사한 벚꽃들 덕분에 눈이 호강을 했다. 

4월초에는 눈이 내려 봄이 멀게만 느껴졌지만 5월이 다가오면서 숲은 서서히 초록빛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5월의 첫 주말, 아이들에겐 명절보다 더 좋은 어린이 날인데 날씨마저 선물처럼 기분좋게 맑고 화창하다.

도서관에 갔더니 '법정 공휴일' 간판이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는데 그냥 가기 섭섭해 지하철을 타고 예전에 가보려고 했던 현충순례길을 가보기로 했다.

 

 

1월의 어느 날, 겨울 한파가 한풀 꺽인 날 찾았던 그 산길에서 보았던 휑한 나무들과 비쩍 말라 결코 꽃이 필것 같지 않았던 장미 덩굴을 보면서 봄이 되면 5월이 되면 꼭 다시 오마고 마음 먹었었다. 

 

 

지난 번엔 심장이 터질것처럼 괴롭히던 높고 기다란 나무계단을 뒤에서 밀어주는 세찬? 봄바람 덕에 훨훨 날듯이 올라갔다.

얼른 장미 덩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일었다.

 

 

지난 겨울 비쩍 말라서 꼬챙이 같던 장미 줄기는 어느 새 물이 올라 통통해지고 멀리서 보면 빨간 장미꽃으로 오해하기 좋게 붉은 잎이 타오르듯 피었다.

아쉽게도 아직 장미가 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르는 봄 기운에 하룻밤 사이에 혹은 1주일후에 꽃들이 확~ 필지도 모르겠다.

나무들에는 벌써 지는 꽃이 있고 다 핀 꽃들이 있으니 말이다.

 

 

현충원 순례길 입구는 살짝 가파른 내리막길인데 그리 길지는 않다.

경건한 마음으로 현충원 내부에 들어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은 눈을 뜨지 못할만큼 강렬하지만 그 햇빛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대한민국 역사의 몇페이지를 장식한 박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부인의 묘소에는 1970년대를 회상하는 노년층 참배객들이 경건한 인사와 함께 그들만이 간직한 1970년대 대한민국의 추억을 되살리는 듯 했다.  

 

 

현충원이 가족 나들이 장소는 아니지만 쉬어갈 수 있는 장소와 시설들이 제법 많다. 

나무 모양으로  장식된 태극기가 반짝이듯 휘날리는 현충원에도 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