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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외할아버지 - 친손은 금지옥엽 외손은 천둥벌거숭이

 

추억 속의 외할아버지 - 친손은 금지옥엽 외손은 천둥벌거숭이

 

"이놈! 천둥벌거숭이 같으니라구"

외할아버지를 기억하는 모습 속에 항상 소리를 지르셨던 목소리와 모습이 떠 오른다. 칼국수 가게를 하셨던 두 분은 새벽부터 일어나 할아버니는 군불을 떼고 멸치를 넣어 칼국수 국물을 끓이시고 외할머니가 썰어 놓은 칼국수를 넓은 쟁반에 밀가루를 묻혀 훌훌 털어서 뒷 마당에 내어 놓으셨다.

 

무서운 외할아버지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우리는 강원도의 어느 마을에 외가댁 근처에 같이 살았다. 큰 이모네 집도 한 마을이라 사촌들과 우리 남매는 밖에서 뛰어 놀다가 외할머니 가게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는데 외할머니는 아무 말 안하셨지만 외할아버지는 정신없이 군다고 우리들에 불쏘시개로 쓰는 작대를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셨다. 맞은 적은 없지만 맞을까 무섭기도 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간식을 먹으러 방 안에 들어가면 작은 서랍이 50개쯤 되는  큰 약상자(한약을 넣는)가 있었다. 약은 없고 각 서랍에는 이것저것 생활용품을 넣어 두셨는데 우리는 그 서럽을 열고 닫는 놀이?에 빠져 힘 조절을 못해 약상자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소리를 듣고 들어오신 외할아버지는 화가 나셨고 우리는 단체로 혼이 났다.

다시는 서랍을 만지지 말라는 엄명에 대답을 했지만 며칠 안가 우리는 또 서랍 속이 궁금해 졌다. 무작위로 서랍을 정해 그 속에 무엇이 있나 맞추기 놀이를 하는라 또 서랍을 열고 닫고, 그러면 귀신처럼 소리를 듣고 외할아버지는 불시개를 들고 고함을 치시며 방 분을 열어 제끼셨다. 하지만 우리도 이번엔 맞은 편 문으로 달아나는 지혜?를 발휘했고 말이다.

 

자애로운 외할아버지

그러셨던 분이 친손녀가 태어나자 안고 업고 행여 날아갈세라 큰 소리는 커녕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를 않으셨다. 이렇게 외손과 친손을 차별해도 되나 싶어 화가 났지만 외할아버지의 편애는 돌아가실때까지 이어졌다.

 

스므살 즈음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우리 외손녀, 외손자들은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엄청났던 차별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꺼내 보았었다. 그 금지옥엽 친손녀가 다 커서 한 달 후면 아기를 낳는다.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애가 애를 낳는다며 걱정이 태산이셨을텐데..... 할아버지 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