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어째...남일 같지가 않다 - 건망증 아님 치매초기

 

어째...남일 같지가 않다 - 건망증 아님 치매초기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 버스를 탔다.

카드를 찍고 뒷자석까지 쭈욱 훑어 봤지만 자리가 없다. 나혼자 서서 가게 생겨 그나마 손잡이 잡기가 편한 곳을 찾아 안정감있게 섰다. 그리고 시선을 버스 진행 방향으로 돌렸는데 얼핏 버스 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은 여자분의 머리가 (뒷통수)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보니 아뿔사 머리에 웨이브를 만드는 셋팅기가 하나 붙어있는게 아닌가, 보통은 분홍색인데 그건 갈색이라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해 신기하기도 했다.

 

 

건망증 상황인데.. 

말을 해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기 시작하면서 시선이 고정되었다. 나만 본건 아니고 뒤에 뒤에 앉은 사람까지는 볼 수 있는 거리였으니 분명 저걸 본 사람들은 나처럼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겪고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무의식중에라도 손으로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면 손에 걸려 알텐데 두 손을 앞으로 한 채 그저 창밖만 보고 있고 내 속만 탄다. 그대로 내리면 안될텐데 말이다. 얼마쯤 가다가 유난스럽게 승차하는 승객을 보느라 고개를 돌리면서 셋팅기가 흔들거렸는지 손이 올라가고 후다닥 빛의 속도로 잡아뜯듯이 뺀다. 대신 안도의 한숨은 내가 쉬었다.

눈에 띌 정도의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 소소한 실수는 몇 번 있었던지라 이 상황이 남일 같지가 않다.

 

 

깜빡깜빡 소소한 실수들 

그 중 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화장하다가 다른 일을 하거나 생각하게 되면 화장하는 걸 깜빡한다는 것이다. 비비크림이나 메이크업메이스를 바른 상태에서 립스틱을 바르지 않거나 눈썹을 그리지 않는 등 화장이 중단된채 나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미완성?인 얼굴로 계속 돌아다니다 나중에야 사실을 알고 흠칫 놀라지만 이미 상황종료. 그제야 얼굴을 감싸면 뭣하리...

구두 신는걸 깜빡하고 슬리퍼를 신고 대문까지 나갔다 다시 들어오고 핸드폰 두고 나갔다 들어오고 드라이 하는 동안 고정시켰던 핀을 꽂고 나갈려다 다행히 손에 걸려 뺀 적도 있었다. 깜빡깜빡하는 건 치매가 아니다 치매는 그 물건을 보고도 용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해서 아직 치매는 아닌가 보다 스스로 위로하지만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비춰지는 내 모습에 슬며시 화가 난다.

 이게 다 ** 탓이다. 예전에 나는 이러지 않았다. 얼마나 똘만똘망했었는데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