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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나를 웃음짓게 만드는 어릴 적 경주 수학여행

 

나를 웃음짓게 만드는 어릴 적 경주 수학여행

우리가 학교를 다닐때만해도 수학여행을 봄이나 가을에 많이 갔는데 요즘은 2학기 학사일정이나 진학일정이 빼곡해 대부분 봄에 가나보다.

어제부터 내린 비 때문에 행여 학창시절 추억이 될 수학여행이 망치게 될까봐 걱정하는  엄마들은 차라리 지난 주의 무더웠던 날씨를 그리워한다. 하기사  3박4일 동안의 공식적인 외박?인 수학여행의 즐겁고 유쾌한 추억들은 어른이 된 후에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비타민같은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의 추억

나를 웃음짓게 만드는 수학여행은 고등학교 때인데 웬만한 학교는 거의 다 갔던 경주 수학여행이다.

가을녁의 어느 날쯤으로 기억되는 그날, 전날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설레임으로 행여 그 날이 오지 않을까 조바심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기다렸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 모여 단체 기차를 타고 머나 먼 경주로 출발했고 들뜬 기분을 열창으로 토해내며 경주로 향했다.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의도적인 비명을 질러대며 짓궃은 장난을 하느라 자기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애들이 별로 없었다.

경주에 도착해 불국사부터 둘러보았고 그동안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다보탑과 석가탑의 실체를 보았고 불국사 대웅전 계단에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 새벽에는 토함산에 올라갔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내려왔을 때는 옷과 신발이 젖어버렸다.

설상가상 밥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려 애를 먹었다. 비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숙소에서 대기하는데 여전히 목에 걸린 가시가 불편했다. 맨 밥을 한숟갈 먹어야겠다고 친구와 함께 부엌으로 갔더니 아주머니께서 민간요법이라며 쓰시던 행주를 조금 잘라서 코 위에 올려 주셨다. 고개를 치켜 들고 한동안 기다렸지만 별 효험이 없었다. 빵도 먹어보고 과일도 통째로 삼켜보았지마 가시는 여전히 목을 아프게 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가시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고 양호선생님께 가서 목 안을 보여드렸다. 가시가 보인다며 입을 벌리고 있으라했고 핀셋을 이용해 가시를 뽑아내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가시를 뽑고나자 통증이 확 사라졌다. 그렇게 큰 가시도 아니였는데 나를 몇시간동안이나 괴롭혔다니 몹쓸 가시 이녀석. 그래도 다행히 뽑혀서 나머지 일정은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수학여행에서의 가시사건은 지금가지도 나에게 즐거운 추억 한 토막으로 남겨져 있다.

 

 

새로운 수학여행 패턴

요즘 수학여행은 옛날처럼 같은 학년, 또는 같은 반 전체가 같은 곳으로 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국내와 국외중 한곳을 선택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뉘어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 간혹 비싼 해외로 가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각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하는것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된다 안된다 논란이 되는 가운데 수학여행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김해 여고생들의 수학여행도 자유코스가 있다하니 수학여행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수백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구경을 하는듯 마는듯 하는것보다 낫다고 생각되지만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만났을 때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나 추억이 없겠다 싶어 개인적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그나저나 월요일부터 내린 비로 수학여행 첫 날부터 고생했을 아이들을 위해 내일은 부디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야할텐 비가 또 온다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