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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죽음보다 더 고통스런 삶을 겪어야 했던 단종의 누이 '경혜공주'


                                                                                                                                               ▲ 사진 : KBS2 드라마

요즘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중 '공주의 남자'에 나오는 경혜공주가 눈에 띄었다. 홍수현이 열연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찬사를 한껏 받고 있는 중이다. 원래 여주인공은 세령역을 맡은 문채원인데 홍수현의 뛰어난 연기력이 더 인구에 더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예쁘고 똑똑하고 귀여운 카리스마가 영낙없는 공주과다. 

경혜공주는 피비린내 났던 왕위 찬탈의 사건의 중심부에 있었고,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그 엄청난 사건을 고스란히 겪어내야만 했던 딸이요,아내요,어머니였다.

조선 5대 임금인 문종의 딸 경혜공주는 우리가 잘 아는 단종의 누이이다. 문종의 왕비였던 현덕왕후의 소생이었으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단종과 함께 아버지 문종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지금 방송으로 보는 홍수현의 모습이 실제 경혜공주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리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왕족의 기품과 당당함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병약한 아버지 문종은 어린 경혜공주와 단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왕의 자리를 탐내던 숙부 수양은 어린 조카 단종을 임금의 자리에서 끌어내 귀양을 보내게 된다. 불안하게 남겨진 단종의 누이 경혜공주와 남편이었던 정종(부마)은 단종을 복위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웠으니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남편마저 귀양 떠나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 단종의 귀양, 게다가 남편의 귀양까지 이 모든 일들이 불과 몇 년사이에 광풍이 휘몰아치듯 그녀에게 몰아 닥친 것이다.

                                                                                                      ▲ 수양대군(세조)과 단종

슬픔, 분노,불안,공포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숨쉴틈 없이 그녀를 흔들어 댔을텐데 어찌 견뎌냈는지 안쓰럽기도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 일들을 곱고 예쁘게만 자란 공주가 견디다니 왕족의 피는 다르긴 다르나보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면 힘으로 왕의 자리를 차지한 권력자는 후한을 없애기 위해 왕과 관계된 인물들은 모두 제거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세조가 경혜공주를 살려둔 이유가 궁금하다. 단종도 공주의 남편인 정종도 제거했는데 경혜공주야 더 쉬운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고 경혜공주는 그때부터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된다.

야사에 의하면 세조에 의해 공주의 자리에서 쫒겨난 경혜공주는 당시 아들이 있었고 임신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동생과 남편을 잃고도 그녀가 죽지 못한 것은 이 어린 생명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순천관비가 되어 노역을 하라는 지시에 노역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왕의 딸인 왕족의 여자로서 수모와 수치심에  얼나마 치를 떨고 분노했을까를 짐작하니 같은 여자로서 더 안타까웠다.

지금 열연하는 홍수현양이 그 내면 연기를 잘 표현할듯 한데 작가는 경혜공주의 삷을 어찌 풀어낼지 궁금하다. 노비의 신분으로 사는  경혜공주와 그녀의 아이들(아들 정미수와 딸)이 지방에서 험한 생활을 하니 왕실의 품위가 손상된다는 보고가 자주 세조에게 들려왔다. 이에 세조는 '왕의 친족인데 소홀함이 없게하라'는 지시를 내려 그녀와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마침내 왕실의 가족으로 보호받는 생활을 하게 된다.

겨울의 칼바람을 몸으로 고스란히 막아 아이들을 지켜내는 눈물겨운 어미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니 매 순간마다 이 너덜너덜하고 굴욕적인 삶을 사는게 옳은것일까 번민하지 않았을까? 아이들만 아니였다면 그 끈을 빨리 끊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단종능(영월)과 경혜공주묘(고양)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는 다행히 예종때인 12살에 난신의 아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이후 관직에도 오를 수 있었다. 그 엄청난 사건들의 중심에서 모든 일들을 겪어내며 끈질기게 살아낸 강인해 보인 그녀가 왜 40도 안된 나이에 죽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안전한 곳에 자신과 아이들을 내려놓게 된 심리적인 무너짐이 그녀의 육체를 병들게 한것인지 그녀의 죽음에서 억울함과 원통함이 느껴진다. 하늘에서 아버지도 만나고 남편도 만나서 자신이 할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했고 아이들을 잘 지켰노라 당당히 말했을 것이다.

'여자팔자 뒤웅박팔자 '라는 말이 있다.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로 만나는 남자에 따라서 여자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남자에 의해 결정되어진 인생을 살아내야만 했던 옛날 여인네들이 어디 경혜공주뿐이겠는가만은 부모와 하나뿐인 동생, 그리고 남편의 죽음을 모두 지켜보고 겪어낸 왕실의 공주는 그녀뿐이었다.

경혜공주! 그녀는 온실속에 곱게 자란 여린 공주가 아니다. 굳건한 성벽처럼 어느것도 뚫지 못하는 방패처럼 강인한 공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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