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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불교 예술 걸작품 '돌로 지은 절 석굴암'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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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연히 방송에서 석굴암에 대해 말하는 유홍준 교수를 보았다. 이 분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는 접어두고 나는 유교수가 거침없이 설명하는 석굴암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

수학여행으로 가봤고 아이들과 같이 가봤던 곳인데 석굴암보다는 불국사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던 나는 석굴암이 이렇게 굉장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란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서관에서 '돌로 지은 절 석굴암'을 보고 '이건 또 무슨 우연일까?'하면서 기분 좋은  책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 책은 겉 표지의 그림부터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목탄과 목탄가루를 이용한 기법이라는데 석굴암  내부 주실에 있는 본존불상의 지극히 온화한 미소를 신비감있게 표현하였다.

마치 탁본을 떠 놓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석굴암 내부의 다른 조각상들과 불상도 같은 기법으로 그렸는데 부드러운 터치감과 볼륨감,그리고 무채색의 단순한 명암이 석굴암의 어슴프레한 분위기를 기가막히게 표현하였다.

이른 새벽  토함산을 오르는 어린 소녀와 소녀의 엄마는 왜구를 물리치러 나간 소녀의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러 석굴암으로 가고 있었다.
석굴암 입구 전실에는 주실의 본존불을 지키는 8장수 아수라,긴나라,야차,용 그리고 맞은편에 마후라가,천,건달바,가루라가 엄청 무서운 형상으로 서 있다. 
소녀는 나쁜 마음이 있다면 내려 놓으라는 8장수의 눈길을 지나고 사천왕이 있는 통로를 지나 드디어 본존불이 있는 주실로 들어갔다.

지그시 감은 부드러운 눈길로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듯한 부처님의 표정을 보면서 천년 전 김대성이라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불상을 만들었기에 이런 표정이 나왔을까?

작품에 작가의 정신과 혼이 담겨 지는 거라면 김대성의 불심은 부처에 까가운 아니 그 이상이었지 않았을까? 안정감 있고 가장 아름다운 비율로 만들어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심까지 느끼게 하는 부처님의 모습은 불교예술의 극치를 보는듯하다.

부처님께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빈 소녀는 석굴암에 들어올 때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당당히 나갈수 있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표정에서 소녀가 원하는 답을 얻었고 그 답을 믿었기 때문이다.  


본존불의 머리 뒤로 후광처럼 보여지는 원형의 연꽃문양 광배(*)는 부처님의 장엄함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이것이 원래는 타원형인데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계산해 타원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석굴암은 1200년전 맨손으로 지어진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과학적 계산으로 지어졌다.
시멘트같은 접착성 물질이 없음에도  돌조각들이 무너지지 않고, 에어컨 없이 자연 환풍과 본존불 아래 만든 차가운 물길로 습기를 제거하고, 보는 사람의 눈높이를 계산해 광배를 만들고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본존불의 위치를 정확히 맞춰서 햇살에 비치면서 드러나는 가장 극적이고 신비로운 부처의 모습을 만들었던 것이다.

본존불이 있는 주실의 벽이 돌이지만 원형으로 만들어졌고 지붕 또한 돔형으로 지어진 것은 고도의 건축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주 정밀한 계산값으로 정교하고 일정한 크기의 돌모양을 제작해 제자리에 딱 맞도록 설치해야만 부드러운 곡선의 모습이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천년전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능했을까?

종교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최고 경지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겠다.  하지만 일제때  일본이 석굴암을 보수한다고  무참히 완전 해체해  바닥의 물길을 없애고 바깥벽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습기가 차고 통풍이 안되어 물기가 생기는 바람에 지금은 에어컨으로 습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다할 장비도 없이 손으로 만들어져 천년을 아무 탈없이 내려온 건축물이 화려한 현대기술과 첨단장비로도  재건이 안된다고 하니 말이다.  


석굴암의 원형 복원을 위한 연구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더 이상 추가손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이 총체적으로 실현된 석굴암은 1995년에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공동 등록되었다.

(*) 광배 : 그리스도상이나 불상의 배후에 광명을 나타낸 의장(意匠).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으
              
로 신비함과 위대함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