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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월드컵이 불러온 축구 전쟁

 

월드컵이 불러온 축구 전쟁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은 메달의 색깔을 가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원한 민족 감정의 대리전인 축구 한일전은 언제나 승부 이상의 무언가를 선수와 감독에게 요구한다. 한일전이 개최되면 축구보다는 임진왜란, 일제 36,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이 먼저 뇌리를 스치며, 축구보다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그리고 90분 동안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의 혈투가 온 국민을 자극하게 된다. 그러나 한일전은 축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기일 뿐이다. 비록 축구 경기를 보면서 다른 어떤 국가 대항전 보다 조금은 더 감정이입이 되고 흥분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그걸로 끝내는 성숙함이 한민족에게는 있다.

 

 

 

월드컵이 불러온 축구전쟁

 

그런데 축구 때문에 정말로 전쟁을 벌인 국가가 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의 북중미 예선전 세미파이널에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를가 만났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하여 승리하는 팀이 예선전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어 있었다.

 

 

먼저 상대방을 자극한 국가는 온두라스였다. 1969 6 7, 엘살바도르 팀이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에 왔을 때 선수단이 묵고 있는 호텔 밖에서 온드라스 응원단이 밤새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고함을 질러대니 엘살바도르 선수들은 한잠도 못 잤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 경기의 결과는 온두라스가 1 0으로 승리로 끝났다.

 

다음 경기가 열린 6 14, 이번에는 엘살바도르가 보복을 시작한다. 경기 전날 밤, 엘살바도르 응원단은 몇 배의 처절한 복수를 가한다. 호텔 창문을 깨고 쥐를 던지며 밤새도록 온두라스 선수들을 자극하는 난동을 부렸다. 그리고 결과는 원하는데로 엘살바도르가 3 0으로 이겼다.

 

이 날 경기가 벌어진 엘살바도르 경기장에선 양국 응원단이 충돌해서 2명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온두라스에서도 폭동이 일어나 수십 명의 엘살바도르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극도로 감장이 악화된 두 나라는 국교를 단절하기에 이르렀다.

 

 

6 26일 중립 지역인 멕시코에서 최종전이 벌어졌는데 이 때 분위기는 이미 전쟁 상태나 다름없었다. 경기는 엘살바도르가 3 2로 승리했지만, 최종전으로 끝나지 않고 엘살바도르는 축구가 아닌 폭격기와 탱크로 실력을 겨루자며 온두라스를 쳐들어 갔다. 일명 '축구전쟁'으로 불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주변 국가들의 중재로 3일 만에 휴전을 맺었지만 사흘 동안 전투에서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의 수는 약 3천 명에 달했다.

 

 

 

축구전쟁의 근본 원인은

 

한일전의 날카로운 대응의 주된 원인은 양국간의 민족 감정이다. 그 동안 숱한 못된 짓을 저지르고도 반성을 모르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당연하다. 단지 그 감정 표현이 축구라는 경기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다.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축구전쟁도 주된 원인은 결코 축구 자체가 아니었다. 인구 과밀 문제로 고통 받던 엘살바도르 사람들은 국토가 다섯 배나 넓은 이웃 온두라스에 밀입국해서 농지를 경작했다. 1960년대가 되자 이런 불법 이주농이 30만 명에 달해 온두라스 농민층의 20퍼센트나 됐다.

 

이에 온두라스 정부는 토지개혁을 단행하여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의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토지를 빼앗아서 온두라스인들에게 재분배하였다. 불법 이주민이라 해도 그 동안 경작해온 권리도 있고 또 결혼하여 가족을 이룬 사람도 있는데 이런 모든 경우를 무시한 것이다.

 

양국 언론들은 서로 상대방 국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갔으며 양국 간의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사회적. 군사적 충돌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축구가 전쟁의 불을 지른 셈이다.

 

 

 

 

아무리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한다 해도 이렇듯 스포츠 이외의 민족 감정이 불씨가 되어 스포츠가 아닌 전쟁이 되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래도 스포츠는 스포츠이며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는 성숙한 자세가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