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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과학으로 증명한 머피의 법칙

 

과학으로 증명한 머피의 법칙

 

 

"하필이면 그때 ..." 또는 "일이 안 되려니까..." 등의 표현은 살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내뱉는 말이다. 그래서 곰곰이 따져보니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면 꼭 다른 줄이 먼저 줄어 들고, 중요한 미팅 날엔 옷에 커피를 쏟거나, 소풍날이면 어김없이 봄비가 내리고, 수능시험을 보는 날엔 해마다 추위가 닥친다.

 

 

 

 

 

이처럼 잘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되는 경우에 붙이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머피의 법칙' 이다. 단지 한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나만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하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꼭 그만큼 재수가 없기 때문이다.

 

 

 

머피의 법칙 = 선택적 기억

 

과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머피의 법칙을 우스개 소리라 여기며, 머피의 법칙이 간혹 들어맞는다 해도 그것은 우연이나 착각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머피의 법칙을 반박할 때 과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 '선택적 기억'이라는 용어이다.

 

우리들의 일상은 갖가지 사건과 경험들의 연속이지만,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고 일일이 기억의 형태로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린 경우나 아주 재수가 없다고 느끼는 일, 즉 머피의 법칙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엔 재수 없었던 기억들이 많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나에게만 머피의 법칙 저주가 내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봄비가 자주 내리는 4월에 소풍날을 잡고, 따뜻하기보다 추울 확률이 높은 겨울날 수능 날짜가 잡혀있는 건(요즘은 이상기온 때문인지 수능 날 아주 춥지는 않다) 실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머피의 법칙은 일상 생활 속의 법칙이다

 

과연 '왜 하필이면'을 내뱉게 하는 재수없는 사건들이 모두 '선택적 기억'이라는 우리의 착각일까? 초등학교 6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날까지 멀쩡하던 날씨가 소풍날 어김없이 비가 오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뭔가 찜찜한 기분을 해결해준 과학자가 있다. 영국 애쉬톤 대학 정보공학과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매튜스는 선택적 기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머피의 법칙이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슈퍼마켓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어디에 설까' 고민하다 제일 빨리 줄어들 것 같은 줄 뒤에 서지만, 늘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든다. 도대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불평해도, 저쪽 줄에 섰으면 벌써 계산이 끝났을 텐데 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만약 슈퍼마켓에 열 개의 계산대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특별한 말썽이 없다면 평균적으로 내가 선 줄은 다른 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늘 가장 짧은 줄 뒤에 서려고 할 것이니 줄의 길이도 비슷할 겁니다.

 

그렇다면 내가 선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확률은 얼마일까? 당연히 10분의 1 10%이다.

다른 줄이 먼저 줄어둘 확률이 90%나 되므로 아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어떤 줄을 선택하든 내가 선택한 줄이 먼저 줄어둘 확률은 극히 적으며 늘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드는 걸 볼 수 밖에 없다.

 

 

 

 

 

로버트 매튜스는 슈퍼마켓 사례 말고도 '일기예보' '버터 바른 토스트'에 얽힌 머피의 법칙을 약간의 수학으로 증명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이 잘 안될 때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난 재수가 없구나' 하지만, 실은 '재수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하였다.

 

이처럼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동안 세상에게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했는가를 알려주는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