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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조선의 임금은 황제인가 왕인가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조선의 임금은 황제인가 왕인가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조선의 임금은 왜 '전하'라 했을까?

드라마에서 임금에 대한 호칭 중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전하'라는 호칭이다.

 

'전하'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임금을 부를 때 사용하는 데 이와는 다르게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는 임금의 호칭이 '폐하' 또는 '황제폐하'라 불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듣는 어감이 황제나 황제폐하가 더 위상이 높아 보이고 권위적인데 왜 조선의 임금들에게는 폐하나 황제폐하라 부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 태조 이성계

 

 

 

임금의 호칭 중 황제는 임금을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폐하는 황제를 부를 때 사용하는데 '황제폐하' 또는 '황후폐하'는 임금이나 왕비의 호칭으로 중국의 왕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였고 조선도 중국의 왕을 '황제'라 불렀다.

 

그 아래 단계의 왕은 '전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는데 '전하' 또는 '왕비전하' 이것이 우리의 귀에 익은 호칭이다. 중국 황제보다 한 단계 낮은 왕을 지칭했다고 보여진다.

 

 

 

황제라 불렀던 일본

 

당시 조선과 중국의 외교 관계적 지위를 알게 해주는데 사실 중 일부이지만 조선의 왕들도 중국 황제로부터 '황제' 또는 '황제폐하'라 불려지기는 했다.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서 최강의 세력을 유지하던 중국의 왕들만이 '황제' 호칭을 사용하였으며 조선과 일본은 중국에 대해서는 황제국 대접을 했지만 중국으로부터는 황제국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힘의 원리가 지배하던 때라 황제국 대접을 받지 못해도 항의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선이 나라의 기틀을 잡고 안정적으로 성장하자 중국의 왕이 조선에 대해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은 조선과의 외교 관계 문서에서 조선의 왕을 '황제'라 불렀다. 당시 일본이 조선을 판단했을때 '황제'라는 호칭에 맞는 규모의 나라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급진적인 외세에 대항하지만 결국 국운이 다해가는 조선의 권위를 지키고자 애썼던 고종의 쓸쓸한 모습과 '황제'라는 호칭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라고 '황제'라는 호칭이 그에게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

 

우리 속담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게 되면 그 자리만큼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된다라는 뜻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사람도 비중있는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흔히 승진이나 승격을 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 중 하나가 직책이 담긴 호칭이다. 처음엔 본인도 주변인도 어색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자리에 맞는 역량을 발휘하고 분위기마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조선이 자국을 '전하'라 칭했고 이후 우리도 드라마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하'라는 호칭에 익숙하다 보니 '황제' '황후'의 자리는 우리 것이 아닌 것 같고 조선은 '전하'라는 호칭 정도의 수준(?)에 맞는 나라가 아니었나 하는 불편한 생각이 들어 기분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