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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오른발,왼발'을 읽고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올라(Tomie de Pa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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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가 아주 어렸을때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걸음마도 가르쳐 주시고 함께 나무 블럭 쌓기 놀이도 하면서 아주 재밌게 놀아주셨다.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놀이동산에서 사진도 찍고 노래도 녹음하면서 보비는 할아버지에게 졸랐다. "할아버지 나에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쳐 줬는지 얘기해 줘요."

그러면 할아버지는 발등에 보비의 발을 올리고 한발 한발 걸음마 놀이를 해주셨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몹시 편찮아지셔서 병원에 갔다 오신 뒤로 침대에만 누워 계셨다. 보비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엄마와 아빠는 할아버지가 더이상 좋아지지 않을거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보비는 할아버지에게 어떤 도움을 드릴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할아버지와 같이 놀던 나무 블럭을 가져와 할아버지 앞에서 쌓기 시작했다.

맨 꼭대기 하나만 더 올리면 되는데 그 순간 할아버지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셨고 그 소리를 듣고 보비는 할아버지가 나아질 수 있을거라 믿었다. 다른 어른들은 믿지 않았지만... 그 후로 보비는 더 적극적으로 할아버지에게 말을 가르치고 이야기를 많이 해 드렸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보비의 어깨를 짚고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할아버지는 '오른발,왼발' 짧은 말을 하시면서 보비와 즐거운 산책을 하셨다. 할아버지는 다 나아지셨고 보비와 할아버지는 예전과 똑같이 즐거운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부모 자식간에는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오로지 주기만 할뿐이라는 말인데 이 말이 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부모와 손주 사이에는 정말 딱 맞는 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 사랑은  양육의 부담이 있고 직접적인 생활이 연결되어 예쁘기도하고 부담도 되지만 조부모 입장의 사랑은  이러한 부담이 없어 한없이 예쁘기만 하다고 한다.

요즘은 3대가 같이 사는 경우가 드믈어 조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많지 않지만 가끔 보게 되는 경우라도  여전히 조부모의 사랑은 변함없은 '내리사랑'이다. 손주에 대한 짝사랑(?)에 눈이 멀어 어쩌다 한번 웃어주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천하를 얻은것 마냥 좋아서 어쩔줄 모르신다.

기고, 엎드리고, 서고, 걷고, 말을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이나마 대화가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내 손주는 천재라 느낄만큼 '내리사랑'에 눈이 아주 멀어지고 마신다. 너무나 좋고 귀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그 모습 또한 아이들마냥 순수하기 이를데 없어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보비처럼 상냥하고 친절한 할아버지는 아니셨지만 한동안 같이 지냈던 외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조금은 화가 난듯한 표정의 외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국수반죽을 만들고 썰고 뜨거운 국물에 삶아서 파는 칼국수집을 하셨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여기저기 힐끔거리거나 만지면 "하지마라"고 고함을 지르셨다.

그래서 무섭기만 했었는데 그랬던 분이 친손녀가 태어나자 180도 달라지셔서 말도 순하게 하시고 친손녀는 업어주기까지 하셨다. 어느 정도 큰 다음이라 할아버지의 감정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만약 어렸더라면 할아버지도 나와 사촌이었던 그 아이도 미웠을 것이다.

지금은 외할아버지의 고함도 아름다운 추억처럼 떠오르지만 말이다

노인이 되면 어린애가 된다고 한다. 체력도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인데 서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이해력이 약해서 이러한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들과 불화를 겪거나 오해를 하는 가정이 있기도 하다.

가족간에 굳건한 신뢰가 밑바탕이 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수 있다.
보비야!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다.